구재영 _ 충주시 지현동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저(低)탄소 녹색성장’모델이 다각도로 제시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산업혁명 이후 크게 증가하였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와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들이 심각한 생존위협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장애를 뛰어넘어 진정한 녹색성장은 과연 가능할까? 기존의 화석에너지 기반 산업 및 경제 구조도 바꾸어야 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회 시스템의 적응을 서둘러야 한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아주 작은 사례를 예로 들어 본다. 도심 속에서의 텃밭 가꾸기는 ‘가진 게 시간 밖에 없는’사람들의 비경제적인 행위로 치부되곤 한다. 과연 그럴까?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에서 소비되는 신선한 농산물의 90퍼센트가 도시 내부 및 근교에서 생산된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농업은 낯설지 않다. 지난 여름 리스본 주변을 돌아다니는데 곳곳에 자투리 채소밭이 보였다. 현대적인 도시는 도심에서의 농사짓기를 무모한 것으로 애초부터 단정짓는다. 많이 잘못된 생각이다. 신도시를 설계하면서 오로지 잔디와 관상수만 심을 뿐이다. 잔디만 가꿀 것이 아니라 채소를 심는다면? 분당이나 일산 같은 신도시의 곳곳에 채소밭이 보인다면?

슈퍼마켓에 가면 수많은 채소들이 먼 길을 달려와 진열되어 있다. 수십km는 기본이고 외국에서 수천km 이상을 엄청난 에너지 쓰면서 달려온 놈들도 많다. 도시 전체를 도시정원으로 바꾸어 곳곳에서 농사를 짓는 외국의 성공사례들이 충분히 느리게 가는 녹색생존법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도심에서의 자투리 농사는 사람들의 인식 자체를 바꿀 것이다. 빌딩 옥상을 경치 구경하는 옥상정원으로만 만들 것이 아니라 채소밭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무모하고 비경제적이라고? 그 무모함과 비경제적인 발상이야말로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녹색성장을 위한 실천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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