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편집국장 직대

형사피고인이라고 해도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범죄자 취급을 받지 않는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억울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법정신을 담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 제27조 4항에 명시돼 있다.

기자도 취재대상의 인권을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 흥밋거리로 누군가를 곤경에 빠뜨리거나 근거 없는 추측성 기사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심지어는 사실을 보도했다고 하더라도 공익성이 결여됐거나 사건의 본질과 다소 거리가 있는 부분을 다뤘을 경우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는 말 때문이 아니라 사실 종종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자의 마음도 무겁다.

청원군 이븐데일 골프장 기사와 관련해 당시 전방위 로비대상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됐던 모 지방의회 의원에 의해 지난 4월 명예훼손으로 피소됐던 터라 한 달 전쯤엔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 비록 피고소인 신분이었지만 검찰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잘 지켜줘서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진술할 수 있었다. 그래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예닐곱 시간에 이르는 조사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편두통이 2~3일은 갔으니 말이다.

검찰의 처분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는데 ‘대검이 이 건에 대해 수사를 벌였느니, 해당 군의 최고위층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느니…’ 말들이 많다가 급기야는 무혐의를 단정하며 단체장의 실명이 등장하는 기사가 지역 일간지에 보도됐다. 만일 기사대로라면 사실 적시도 아니고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셈이다.

나는 마음이 약한 기자다. 사실 겁도 많다. 그래도 이제는 곁길로 새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기자가 천직이 돼버린 이상 공익을 추구하는 기자가 돼야 한다는 소신은 있다. 골프장 기사의 시작은 철저히 공익에 목적을 둔 것이었다.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업체 측이 군의 최고위층, 산림청, 분양권 허가 관청인 충북도 등에 무차별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제보가 접수됨에 따라 취재를 시작한 것으로, 어떤 사적인 이해관계도 개입되지 않았다.

여기에다 군수의 친인척, 청원군의 전직 고위 간부가 문제가 된 골프장 시행사에 취업하고, 최고위층에 대해서도 로비를 시도한 실체가 밝혀졌으며, 만일 최고위층이 받지 않았다면 전달과정의 문제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비록 이해당사자가 제보한 내용이었지만 확인 결과 정황상 충분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특히 돈을 받았다가 돌려줬거나 금품수수를 거부한 청원군 공무원, 산림청 공무원이 로비시도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이들은 직접 만나서 취재했다.

로비에 직접 가담했던 인허가 당시 대표이사가 자신의 처벌을 감수하고 로비자금 조성에 대해 인정한 것도 힘이 됐다. 고소인인 지방의원이 취재 과정에서 금품수수 사실을 강력히 부정한 것은 사실이나 제보자의 목격 증언은 구체적이고 단호했다.

이 밖에 최고위층을 제외한 모든 인물에 대해서는 충분히 익명성을 보장했다.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보신(保身)을 위한 변명은 결코 아니다. 원 없이 썼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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