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렬 PD, 변희성 촬영감독, 조연 오순태 등 참여
개봉 3주만에 300만 육박, 흥행몰이 감초역할 톡톡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신기전(감독 김유진)’의 은막 뒤편에서 청주 출신의 스태프와 연기자 3인방이 감초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 개봉한 ‘신기전(神機箭)’이 9월22일 현재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개봉 첫 주부터 추석 시즌까지 1위를 차지했던 ‘신기전’은 3주차에도 1위를 차지하며 300만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신기전’은 세계 최초의 다연발 로켓화포인 신기전의 완성을 둘러싼 조선과 명나라의 대결을 그린 ‘팩션 사극’이다. 팩션(faction)이란 사실을 의미하는 팩트(fact)에 거짓을 뜻하는 픽션(fiction)을 합성해 만든 신조어로,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가리킨다.

주로 소설의 한 장르로 사용됐지만 영화, 드라마, 연극, 게임, 만화 등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흥행 대박을 터뜨린 ‘왕의 남자’, ‘스캔들, 조선남여상열지사’, ‘음란서생’ 등은 모두 팩션 사극이다.

“통쾌한 사극을 만들고 싶었다”
신기전 제작에 참여한 청주 출신 인사는 변희성 촬영감독과 이승렬 프로듀서 등 스태프 두 명과 비교적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한 ‘오초’ 역의 연기자 오순태 등 모두 3명이다. 이들은 모두 청주 출신이라는 것 외에도 신흥고 동문(변희성 2회, 이승렬 5회, 오순태 17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변 감독과 오씨는 또 각각 청주대 연극영화학과 83, 97학번이다.

신흥고,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85학번)한 이승렬 PD는 2004년 겨울 영화소재 개발을 위한 제작회의에서 ‘신기전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언론에 소개됐다. 이 PD는 이에 대해 “사극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신기전이라는 소재는 같이 찾아낸 것이다. 누구 혼자 찾아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PD는 신기전을 제작한 배경에 대해서는 “560년 전의 얘기지만 국제정세는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있었겠냐? 우리는 식민사관에 영향을 받고 자란 세대다. 재미있는 영화는 기본이고 통쾌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기전의 줄거리는 대륙의 위협에 맞서 새로운 화기를 만들려고 했던 조선을 명나라가 10만 대군을 동원해 압박했음에도,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민초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흥행몰이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이 PD는 나름대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PD는 “만든 사람이 자평하는 것은 우습지만 경제적 뒷받침 등 사극 제작에 따른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자긍심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100% 만족하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영화에 관심은 있었지만 ‘꼭 내 길로 걸어가야 하겠다’는 강박관념도 없었다”는 이 PD는 김유진 감독 밑에서 연출부로 영화인생을 시작해 ‘약속(1998)’, ‘와일드카드(2003)’ 등에서도 김 감독과 손발을 맞췄다.

변 촬영감독 큰 작품에 강한 면모

변희성 촬영감독은 이제 40대 중반이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차세대’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 적절치 않았다. 이는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변 감독이 카메라를 잡은 작품들의 면면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정글스토리(1996년 김홍준 감독),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년 이은 감독), 카라(1999년 송해성 감독), 비천무(2000년 김영준 감독), 피아노를 치는 대통령(2002년 전만배 감독), 와일드카드(2003년 김유진 감독), 레드아이(2004년 김동빈 감독) 등이 모두 변 촬영감독의 작품들이다.

변 감독은 영화 ‘와일드카드’로 2004년 3월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에서 주는 ‘황금촬영상’을 받기도 했다. 와일드카드의 김유진 감독도 이 영화의 영상미에 대해 “암부(暗部)가 풍부하게 살아나 하이라이트도 살았다. 한국영화가 맞냐”고 극찬했을 정도.

변 감독은 영화 신기전에 대해 “신기전은 나의 영화 입문 26년이 담겨있는 나의 인생이다. 내 고향이자 영화적 출발인 청주에서도 신기전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극장에서 상영이 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흥분과 고마움을 느낀다. 인생이라는 하나의 길에 목표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무엇이 최종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이 영화로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 청주 출신 3인방이 제작에 참여한 팩션 사극 신기전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위로부터 변희성 촬영감독, 조연 오순태씨, 신기전 촬영지 가운데 하나인 제천시장에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관련해 성금을 전달하고 있는 이승렬 PD.
변 감독과 청주대 연극영화과 동기인 청주대 연영과 김경식 교수는 “변 감독은 이론과 실재를 겸비했다. 이론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2007년 2월엔 청주대에서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뛰어난 촬영감독”이라고 추켜세웠다.

극중 주인공인 ‘설주(정재영 분)’의 심복 가운데 한명인 ‘오초’역을 맡은 오순태는 조연이지만 31살이라는 나이를 고려할 때 장래가 기대되는 배우다. 오씨는 200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올드보이에도 단역인 깡패 역할로 출연한데 이어 점점 그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김경식 교수는 “충무로에서 ‘청주대 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주대 출신 제작자, 배우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오순태도 아직은 무명이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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