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사회문화부 차장

‘28등 → 8등, 전교 145등 → 전교 42등’
‘성적 올리기 전문가’
‘성적, 지옥의 천당행 티켓’
아파트 현관에 붙어 있는 과외 모집 광고 문구다. 하기야 과외를 선택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성적 향상이 가장 클 것이다.
도심이나 외곽을 불문하고 학원들의 공통적인 얼굴이 있다. 바로 외벽을 가득 메운 현수막. 그것도 천편일률적인 문구다.

입시학원의 경우 ‘아무개 아무개 대학 수석, 합격’이라는 문구 일색이고 명문대 합격생이 몇 명인지 앞 다투어 자랑하고 있다.

보습학원은 한술 더 뜬다. ‘아무개 아무개학교 전체 1등’이라는 투의 현수막이 외벽 전체를 덮고 있다.
어떤 학원은 차별화 하겠다는 듯 ‘270등 3개월만에 4등’ 이라는 현수막을 크게 내 걸기도 한다.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아이들이 사교육시장에 내몰리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어쩔수 없이 하루종일 학원에 자녀를 맡길 수밖에 없는 젊은 맞벌이 가정의 안타까움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공감하는 게 우리 교육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비판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뒤질세라 보습학원으로 내몰고 이것으로도 부족해 학습지에 그룹과외 까지 섭렵해야만 그나마 안심이 된다.

성적 지상주의라는 해묵은 문제의식과 함께 더욱 아빠 엄마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학원과 같은 사교육이 ‘보습’ 이전에 아이를 ‘보호’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가 맞벌이 하는 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함께 놀아줄 가족이 없다. 부모 또한 안심 할 수 없다. 결국 선택은 학원이다. 태권도며 합기도 같은 운동에서부터 피아노나 바이얼린 등 예능, 이와 별개로 보습학원은 필수며 여기에 학습지나 영어 그룹과외 까지 많게는 일주일에 10개도 넘는 사교육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아이도 있다.

한마디로 사교육 시장에 교육은 물론 부모의 역할까지 맡겨 버리는 셈이다.
현실이 이러니 효도방학이 달가울 리 없다. 학교가 쉬면 학원도 쉬기 때문에 마땅히 맡길 곳이 없으면 아이만 혼자 집을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방과후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의 성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퇴근하고 집에 와 보니 아이가 없어졌더라는 말이 남의 일 만이 아닌 것이다.
공교육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효도방학을 실시하면 그 만큼 여름이나 겨울방학 일수가 줄어드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의 상당수가 맞벌이라는 점을 염두해 내 놓는 교육 정책이나 대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도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지 한참이 지났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가려운 곳을 긁을 수 있는 공교육 프로그램을 기대하는 게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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