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억 주성대 사회복지과 1년

어떠한 변화에도 거부반응을 보일 것 같던 잎 새들이 가을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속절없이 가을의 여울목으로 접어들면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지만 한낮은 따뜻하다.

일교차를 크게 벌리면서 환절기에 들어선 것이다. 요즘 감기는 한번 걸리면 오래가고 지독해서 몸이 견디려면 한없이 괴롭다. 감기를 순수한 우리말로는 ‘고뿔’이라고 부른다.
코에서 콧물이 흐르고 열이 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는 암, 심장병, 당뇨병, 백혈병 등도 눈부신 의술의 발달로 조만간 정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하찮게 생각하는 감기만은 정복할 수가 없으리라는 것이 의학계의 견해다. 병원체가 수 백 종에 이르러 예방 백신을 만들어 낼 수가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감기의 주범은 바이러스다. 1mm의 1만분의 1에 지나지 않는 미립자가 그토록 사람을 괴롭힌다. 눈부신 과학의 발달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이 미물 하나를 다스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고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오늘의 의학은 인체의 세포를 다치지 않고 박테리아를 퇴치할 수 있다. 그러나 세포를 다치지 않고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묘약은 아직 없다.

이것이야 말로 노벨의학상을 보장받은 연구과제일 것이다.
바이러스는 단백질 캡시드로 둘러싸여 있는 단일 또는 이중나선의 핵산 중심부로 구성되어 있고, 어떤 바이러스는 지방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외피(外皮)로 싸여 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집합체인 게놈(genome)을 운반하는 핵산 중심부는 DNA나 RNA로 구성된다. 핵산을 보호하는 캡시드는 바이러스로 하여금 적당한 숙주세포로 들어가게 해주는 분자들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는 막대 모양이나 구형인 것도 있고, 다면체로 된 '머리'와 원통형의 '꼬리'로 구성된 복잡한 구조를 갖는 것도 있다. 또 20-30년의 주기로 이적, 악마는 계절풍처럼 세계를 휩쓸고 다니며 무수한 인명을 앗아간다. 옛날 스페인의 인플루엔저는 약 2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기록돼있다. 이 숫자는 1차 세계대전의 전사자들보다 많은 숫자이다.

20세기 들어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인플루엔저는 홍콩 인플루엔저다.
일명 홍콩 독감이라고 했었다. 아마 1968년도에 창궐한 旅券도 비자(Visa)도 없는 이 불청객이 전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지구인의 절반가량을 몸져눕게 했다.

그때 일본에서만 2천여 명이 생명을 잃었다는 기록이 있다. 예방을 위한 백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구조가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백신도 미리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거기에 맞춰 백신을 대량생산하려면 적어도 3개월은 걸린다. 만들고 나면 이미 사후약방문이 돼버린다. 결국 스스로의 건강관리를 잘하는 게 유일한 예방의 최선책인지도 모른다.
벌써 감기에 걸려 목이 쉬고 몸이 아파서 꼼짝 못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때가 가장 조심해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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