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복 호죽노동인권센터 노무사

얼마 전에 할인점, 백화점 같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관련하여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민주노동당, 여성민우회, 호죽노동인권센터가 함께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과 켐페인을 한 적이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때에는 당해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의 통계를 보면 국내 백화점, 대형할인점에서만 종사하는 판매·계산 업무 등 주로 서서 일하는 노동자는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 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노동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백화점 여성 판매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이들 노동자들 중 근육통이 74.6%, 무릎 및 관절질환이 65.9%, 요통 및 디스크질환이 58.4%, 하지정맥류가 47.4%, 발질환이 39.3%에 이른다.

이렇게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노동자들의 질병이 심각한데도 왜 그 동안 사회적인 관심을 끌지 못했을까? 이 문제는 노동부의 관리감독 소홀, 사업주의 방치가 직접적이겠지만 서비스노동자를 대하는 사회 전반의 왜곡된 시각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를테면 백화점이나 할인점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앉아서 대하면 무례한 것이 되고, 서서 허리를 숙여 고객님이라 불러야 마땅하고, 항상 미소를 지은 얼굴이어야 하고, 손님들이 화를 내도 늘상 웃으면서 비위도 맞출 줄 알아야 하고 이런 표준화된 의식이 우리들의 깊은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과 같은 외국의 사례는 전혀 다르다. 계산대에 앉아서 편안하게 손님들에게 계산을 해주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리고 손님들도 그것이 당연하다. 맡은 일 잘하면 되는 것이지 그 이상의 과다한 응대가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고객은 왕이다”라고 하는 뿌리 깊게 내면화된 의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의식의 실체는 기업들이 다투어 광고해온 자본위주의 욕구를 우리가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서비스 여성노동자들도 진열된 상품과 같이 취급되고 이들이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소외 고객만족을 위하여 심각하게 침해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앉아서 일하면 고객만족이 안되는가?

그래서 서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제공하자는 지금의 이슈는 가깝게는 노동환경의 문제이지만 좀 더 멀리 보면 뿌리깊이 내면화된 자본 위주의 욕구를 극복하는 것이고 그러한 문화를 바꾸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나부터 바꾸어야겠다. 좀 앉아서 일하면 어때 하고, 고객은 맹목적으로 떠받들여져야 할 왕이 아니고 이 사회에서 맺어지는 여러 가지 관계 중 하나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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