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희 정치경제부장

요즘같아서는 추석연휴를 짧게 보낸게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른다. 노는 것보다 일하는게 마음이 더 편한 세상에 살기 때문일 것이다.

한가위를 즐기지 못한 서민들은 글로벌 시대에서 신자유주의의 폭풍에 휩싸여 미국발 악재에 걱정스런 눈빛을 교환하고 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축구선수들의 유니폼에 자리잡은 ‘AIG’가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축구팬들은 더욱 기가 움츠러든다.

여기에 전기.가스 요금에 이어 교통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소식이 닥치니 그나마 한 숨 고른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고유가탓에 리터당 2000원에 휘발유를 넣은 운전자들이 운전대에서 손을 떼느라 힘들었지만, 이제는 생활기초 요금들을 피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데 답답함이 더해진다.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하더라도 어두운 경기침체의 그늘을 쉽게 빠져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런 우울증을 해소할만한 마땅한 ‘화풀이’ 대상도 없다. 부산 롯데처럼 열렬히 응원할 프로야구단이 있어야 야구장에서 함성이라도 지를텐데 말이다.

지역 정치권에서 시원한 소식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불거진 ‘충북홀대론’, ’수도권규제완화설’에 맞서 대항하는 용장들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수도권과밀반대충북협의회 주최의 궐기대회조차 ‘이명박 정부 규탄’이라는 이름을 빼고 열렸지만 집권여당으로부터 조롱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발전을 위해 애써온 원로급 인사들은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말을 들었다.

지역선량이라고 자처하면서 ‘배놔라 감놔라’ 시시콜콜 따지던 지방의회의원들도 한나라당의 서슬퍼런 성명서 한 장에 궐기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풍토에 숨이 막힐 정도다.

시원한 돌파구를 찾아야하는데, 그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3% 도세’가 어디가겠냐는 자조섞인 물음이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우리는 현실이 팍팍하더라도, 희망과 용기를 낼 수 있는 그 무엇을 갈구하고 있다. 한 여름에 냉면육수를 마시듯, 뙤약볕 옆의 큰 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힐 때처럼 시원한 돌파구를 찾느라 뛰어다녀야할 사람들이 위정자들이다.

롯데팬들은 ‘가을에도 야구한다’고 즐거워하면서 아픈 시름을 잠시나마 잊고 있지만, 충북도민들은 무슨 핑계를 대야만 치밀어 오른 화를 다스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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