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책으로 일관해온 지역 현안, 이제 물꼬 트이나
75년 대청댐 착공, 80년 국민관광휴양지 지정 및 대청댐 완공, 81년 청남대 건설 추진, 83년 국민관광휴양지 취소, 90년 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지정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속에서 문의면은 침체의 길을 걸었다.
대청댐의 완공으로 하루 아침에 수몰민이 된 사람들은 문의면에 집단 이주해 국민관광휴양지 지정에 희망을 걸었으나 이마저 취소되고 말았다.
더욱이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되자 ‘안되는 것’이 더 많은 동네가 된 이곳은 주민들이 눈에 띄게 빠져 나가 91년 7039명이던 인구가 99년에는 6035명으로 10년새 1000여명이 줄어들었다.


문의지역주민들의 집단민원은 그동안 끊일새 없이 제기됐다. 몇 년동안 흐지부지 되는 듯 하다가 지난해 5월 문의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이찬희)를 꾸린 주민들은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며 생존권 피해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법과 규정에 의하여 인허가 한 국민관광휴양지가 취소되고 정식 허가받고 축조한 선착장 유람선 모터보트 사업이 특별한 사유없이 취소 및 변경되었다면 이에 상응하는 대책이 있어야 마땅하다. 집단민원이 있을 때마다 계획만 무성하고 군수, 도지사, 장관이 바뀌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문의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들은 문의지역개발이 더딘 근본적인 이유가 청남대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관계당국에서는 이런 일련의 일들이 문의면이 상수원 수질보전 대책지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지 청남대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청남대로 인해 관광지가 취소되고 경비구역내 산소관리까지 제한당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은 피해대책으로 문의 선착장-상장리까지 행운의 다리를 추진하고 수상분수대를 설치해 준다고 약속했으나 역시 말뿐이었다는 것이다.

청와대까지 쫓아간 주민대표들

그러나 지난해는 대책위가 열심히 활동한 덕분에 ‘말뿐인 약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책위 대표들은 청와대에 가서 당시 한광옥 비서실장과 최경수 국무총리조정실 기획심의관을 만나면서 현안 해결의 물꼬를 텄다. 그래서 이들과 여러차례 논의한 끝에 주민들의 건의사항을 전달하기로 한 주민대표들은 23가지의 민원을 올렸고, 이중 17가지가 차관급 회의석상에서 가능한 일로 통과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청원군이 현대엔지니어링주식회사(대표 방정섭)와 (주)노아건설엔지니어링(대표 박현희)에 용역을 준 ‘문의지역 종합발전계획’이 완성돼 발간되기도 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지난해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대책 마련을 호소한 것이 효과를 거둔 것 같다. 주민대표뿐만 아니라 충북도, 청원군 관계 공무원과 청와대를 찾아가 현안을 알리자 행정당국에서는 예산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이 문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며 주민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약속대로 문의지역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우리 현안 누가 챙기나?”
지방선거로 주민대표간 갈등생길까 ‘전전긍긍’
문의주민 피해대책 앞장서온 3명 모두 ‘출마설’

지방선거가 지역발전 걸림돌? 오는 6월 선거를 앞둔 문의면 주민들은 하루빨리 현안을 챙겨야 할 사람들이 지방선거 때문에 ‘갈팡질팡’ 하고 있다며 선거가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문의면 기초의회 의원 선거에는 현 장원재 의원(59)과 이찬희 문의주민대책위원장(54), 김홍기 번영회장(56), 김영권 전 자민련청원지구당위원장 직무대리가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중 장 의원과 이 위원장, 김 회장이 주민대표로 그동안 청와대와 충북도, 청원군 등 유관기관을 찾아다니며 주민 대책을 호소해 왔기 때문.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 세 사람이 모두 출마하면서 주민들은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고민도 고민이지만, 자칫 이러다가 후보자간에 갈등이 생겨 그나마 진행해온 문의발전계획이 지연되거나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는 것.
김성환 문의개발위원회 총무는 “우리가 20여년 동안 고생 해오다 이제서야 종합발전계획이 나오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는데 대표들끼리 합심이 안돼 걱정이다. 선거라는 것이 치르고 나면 갈등이 생기는 것 아니냐. 지금 대표들이 발전계획을 들고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일을 추진해야 할 판에 선거에만 신경을 쓰고 있으니 주민들은 안타깝기만 하다”며 “발전계획은 밑그림에 불과하고 국고예산을 빼와야 하는데 이 일을 누가 하겠는가” 라고 주장했다.
4선에 도전하는 장원재 의원은 “이번에는 그만두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려고 했는데 문의종합발전계획을 마무리 해달라는 주민들의 여론 때문에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 주변에서 사업 자체도 큰데 이제 그만두면 어떡하느냐고 해서 고민중이나 곧 결정할 것”이라며 출마 동기를 주민여론으로 돌렸다. 또 이찬희씨는 그동안 대책위원장을 맡아 문의지역의 현안을 잘 아는데다 각종 단체 대표를 해와 군의원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뜻을 내비치고 있다. 김홍기씨는 확실한 출마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는 출마자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주민들은 출마 예상자들 사이에 이미 보이지 않는 세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보들 간에는 ‘4선이 돼야 문의종합발전계획을 수행할 수 있다’ ‘아니다, 이제 초선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식으로 미묘한 갈등양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어렵사리 추진해온 문의발전계획 청사진에 소프트웨어를 채워넣어야 할 사람들이 선거로 인해 사분오열되는 것을 문의면민들은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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