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기자

▲ 박소영 사회문화부 기자
추석에 제일 받고 싶은 건 어느 덧 ‘상품권’이 됐다. 제사 대행업체가 등장한 것은 오래전 일이고, 재래시장만 해도 완성된 송편과, 전류 등이 즐비하다. 더 나아가 맘만 먹으면 디지털을 이용한 차례상도 거뜬히 차릴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을 맞이하는, 또 명절을 보낸 여성들의 일상은 여전히 팍팍하게만 그려진다. 그래서일까. 연휴 시작 전 여성들의 명절에 대한 솔직한 얘기가 듣고 싶어졌다. 그렇게 해서 아는 아줌마와 모르는 아줌마를 초대해 ‘추석맞이 토크’를 벌었다.

40대에 들어선 이들은 전통의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는 대 전제에는 변함이 없지만, 방식은 시대에 따라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명절에 주어지는 전통에 대한 무언의 압박감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두들 “지금의 방식을 고수 하되 좀 더 유연해질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답을 내렸다. 물론 명절이 길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실제 명절을 이용해 떠나는 사람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까 그 어정쩡한 답은 중간세대가 명절에 대해 느끼고 있는 보편적인 감성일지 모른다. 디지털로 변화해도 우리들의 감성은 아날로그에 머뭇거리듯이, 또한 디지털이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쫓아가듯이 말이다.

내가 느끼는 아쉬움은 명절이 시대에 따른 ‘재미’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가족들의 만남만으로 모든 게 충족된다면야 더 이상 할 말이 없겠지만, 좀 더 끈적끈적한 얘기들이 오갔으면 좋겠다.

노처녀에겐 왜 결혼하지 않느냐는, 백수에겐 왜 취직하지 않느냐는, 학생에겐 공부 몇 등 하냐느, 직장인에겐 연봉이 얼마냐 등등 일명 ‘스트레스성’ 질문을 그만 던졌으면 좋겠다. 일년에 한번 모여서 뻔한 질문과 대답을 나누기엔 시간이 아깝다.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 꿈은 무엇이니, 최근에 가장 신났던 일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인지?” 등등 질문이 다채로워지면 어떨까. 적어도 노처녀로 규정된 내 친구들이 명절을 두려워하면서,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또한 이번 명절은 워낙 짧은 지라 지역에서 명절 관련 문화 관련 이벤트가 많지는 않다. 그나마 국립청주박물관이 올해도 어김없이 한가위 이벤트를 벌인다고 한다. 죽마타기, 제기차기, 투호던지기, 윷놀이 등의 전통놀이와 떡메치기 체험행사, 가족과 함께하는 영화상영회 등이 마련돼 있다. 비록 우리들이 해마다 즐길 수 있는 문화관련 놀이라는 게 전통체험행사와 영화상영회정도가 전부지만, 그래도 한번 찾아가 경험해보는 게 안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우리의 차례상에 변화가 찾아왔듯이 명절을 보내는 우리들의 자세와 시간 분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신선한 미풍이 불어 추석이 설레이기를 바란다. 또한, 추석 때만 되면 전통의 칼을 들고 남녀역할을 두부 자르듯이 규정짓는 게 아니라 놀이와 역할 분담을 통해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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