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할 여유도 비굴한 포기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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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할 여유도 비굴한 포기도 없었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8.09.11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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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충청리뷰 대표이사

▲ 권혁상 충청리뷰 대표이사
나무의 나이테는 한해 한줄씩 고르게 자라난다. 기후나 식생 변화에 따라 그 간격은 차이가 있지만 한해에 한칸씩 틀림이 없다. 연륜(年輪)이란 말도 거기서 유래됐다고 한다.

충청리뷰가 올해 15주년을 맞게 됐다. 해마다 맞는 9월의 창사 기념일이며 올해도 똑같이 한칸의 몸피를 불렸을 뿐이다. 그럼에도 편집국에서 ‘15’라는 숫자에 굳이 기념호·특집호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안에서 정리해보고 밖의 평가를 받고 싶은’ 뜻일 것이다.

지난 93년 창사 10주년 당시 편집책임자였던 필자도 그런 취지로 특집호를 만들었다. 그때 도종환 초대 발행인은 축하의 글을 통해 “리뷰여, 의롭게 바른 길을 가라”고 지적했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않는 신문이 되어 달라”고 간곡하게 주문했다.

다시 5년이 지나, 리뷰의 창간동료였던 유정환 시인에게 창사 15주년에 부치는 글을 부탁했다. 받은 글의 제목은 ‘관성을 버리고, 다시 처음처럼’ - 거품과 바람을 빼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10주년에 들었던 선배의 덕담식 훈계와 15주년에 듣는 후배의 조언이 그대로 일맥상통이다. 한마디로 ‘리뷰는 변했고, 다시 변해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창간사원인 필자가 지난 15년을 돌이켜보면 교만할 만큼 여유로운 적도 없었고, 비굴할만큼 자존심을 포기한 적도 없었다. 딱 들어맞는 표현은 떠오르진 않지만, 교만과 비굴의 어느 중간지점 쯤일 것이다. 하지만 맨입 맨손으로 시작한 그 시절의 호기와 당당함은 퇴화됐다. 5명으로 시작한 시사월간지 살림살이가 17명의 주간신문 대가족으로 늘어나 생계보장이 더욱 만만치 않다.

그러다보니 특정 사안에 대한 전략적 검토와 고려가 생겨났고 스스로 자기검열의 늪에 빠진 적도 있다. 유 시인의 지적대로 ‘관성의 늪’에 빠져 거목도 되기 전에 고목으로 굳어지는 것이 아닌가 두렵기도 했다.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지만 그 실행은 주저했다.

하지만 최근 충청리뷰에 의미있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40대 초반의 편집책임자들이 새로운 틀의 신문제작을 선포했고 ‘신형엔진’을 장착한 젊은 사건기자도 입사했다. 불경기에 주눅들었던 광고업무국도 ‘다시, 처음처럼’의 각오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높여가는 마음가짐으로 관성의 늪을 헤쳐나갈 것이다.

성역없는 고발보도, 문제의 핵심을 파고드는 탐사보도,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현장보도 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원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상업, 노동 없는 재산,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양심 없는 쾌락, 희생 없는 신앙’ 등 7가지를 사회 범죄로 규정했다. 충청리뷰는 법망을 벗어난 이같은 ‘사회적 범죄’를 고발하고 대안을 찾는데 주력하겠다.

지난 15년의 성찰은 향후 변화에 대한 새로운 약속으로 대신하며 15년을 뒷받침해 준 고마운 분들에 대한 감사인사를 빠뜨릴 순 없다. 그동안 리뷰는 많은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맛보았다. 최저수준의 생활마저 보장 못하는 열악한 처우 때문에 전직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한경쟁의 고달픈 일상속에도 ‘친정’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내주고 있는 퇴직 직원들에게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또한 신문 편집권 독립의 이상을 현실로 가능케 해준 주주·이사님들의 통큰 후원은 감히 지역언론사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자부한다. 6년전 검찰탄압 수사의 태풍속에 격려광고와 후원금을 보태주신 그 분들의 정성은 리뷰를 지키고 되살리는 자양분이 됐다. 이제, 많은 분들의 질책과 성원을 겸허히 받아들여 ‘다시, 처음처럼’ 가야할 길을 당당하게 가겠다. 그래서 5년뒤, 20주년 특집호에는 ‘열심히 일한 리뷰, 이젠 좀 쉬어라’란 축하 글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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