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생각, 즈믄일곱온 열 둘.

내게는 몇 개의 직함이 있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목사직이 그 하나이고,
청주에 와서 살면서 이러저러하게 걸치게 된 것들로
원흥이생명평화회의공동대표로부터 시작하여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의 부설기관인 환경교육센터 초록별 소장직,
충북동학농민기념사업회 상임대표,
그리고 외국인노동자인권복지회 운영위원장이 그것들입니다.

어제는 지팡이 하나 들고 산에 가서 돌아다녔습니다.
최근 머리를 깎다가 숱이 빠지고 있음을 문득 알게 되었는데
산을 다니는 동안
까닭모를 눈물이 자꾸만 비어져나오는 것을
굳이 참지 않고 그저 그렇게 돌아다녔습니다.

지금 나는 목사직 하나만 남겨두고
모든 직함을 내려놓아야지 합니다.
내가 있어 그 단체들이 더 잘 움직인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나 없어 될 것이 안 된다는 생각도 안 드는 까닭,
단지 그것들이 때로 내 움직임을 부자연스럽고
부자유스럽게 한다고 생각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갈 날이 더 짧음을 모르지 않는 나는
굳이 날개를 달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군더더기 짐을 지고 가는 것 또한 내 걸음을 흐트러뜨린다고 보는데
언제 또 남은 목사직까지도 내려놓아야 된다는 판단이 들지 알 수 없으나
당분간은 청주노자모임과 명상모임,
그리고 교회의 일에만 전념해야지 합니다.

또한 그런 직함들이 아니어도
지역에서 내가 꼭 해야 할 일이고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때는 또 내가 그런 일 앞에서
비겁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는 아침
조금 더 가볍게 내 길을 갈 수 있겠다 싶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