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업백화점 옆 골목 의류수선 전문점 ‘불개미’는 청주 의류수선집 1호다. 거의 세탁소에서 옷을 고쳤으나 배명호(44)씨가 지난 84년 이 곳에 수선집을 내면서 1호를 기록하게 됐다. 충북 보은에서 양복점을 4년간 운영하다.

그 인기를 기성복 메이커에게 내주게 되자 배씨는 청주로 와 의류수선 점문점을 연다.
하지만 양복을 맵씨있게 뽑아내던 그의 솜씨는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업종을 변경했음에도 ‘불개미’는 금방 ‘수선 잘 하는 집’으로 알려졌다. 단골손님을 확보해 꾸준히 성장하던 배씨의 가게는 아이러니하게 IMF가 터진 뒤 급성장했다. 일의 특성상 경기와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금방 산 옷을 몸에 맞게 고치는 손님들이 70∼80% 됐는데,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입던 옷을 가져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죠. 모든 면에서 소비를 줄이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실제 수입이 줄자 장롱에 있던 옛날 옷을 현대식으로 바꾸려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어요. 그래서 98년부터 3년 동안은 새벽 3, 4시까지 일을 했어요. 요즘요? 힘들어요. 우리는 불경기 일수록 손님이 많은데 최근에는 그것도 안통하네요. 생각해봐도 요즘처럼 장사가 안된 적은 없었거든요.”
한 때는 의류점 40∼50군데와 연계, 손님을 끌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청주시내에 수선점이 많이 생겨 대폭 줄었다는 것.

그래도 다른 일에 잠깐 눈을 돌렸던 배씨는 이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실내가 5.5평 밖에 안되고 미싱이 7대에 불과하지만 그의 가게에서는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배씨 밑에서 기술을 배워 독립한 사람만도 20명에 이르고 결혼시킨 총각도 7명이나 된다고 그는 자랑했다.
시설과 인력을 최소화 할 수 있고, 혼자서도 운영할 수 있는 업종이라서 ‘알짜장사’가 되겠다고 하자 배씨는 “기술 좋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20년간 한자리에서 의류수선점을 해온 덕분에 갑자기 물량이 많아지면 솜씨 좋은 사람들을 즉각 투입시킬 수 있는 것도 이 집의 장점.

“가을에 손님이 가장 많아요. 단골은 몇 백명 되죠. 옆에 백화점이 있고 성안길에 옷집이 많은 점도 덕을 봐요. 가죽과 밍크, 모피 등 수선 안하는 것이 없어요. 대개 기장이나 허리, 품을 줄이는 사람들이 많지만 옷 모양을 완전히 현대식으로 바꿔달라는 손님들도 꽤 있는 편이죠. 사람들이 옛날보다 알뜰해졌어요.”

유쾌한 배씨는 옷 수선이 마음에 안드니 다시 해달라는 손님이 와도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했다. 다시 뜯고 박는 것이 뭐 힘드냐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것도 단골을 끄는 비결이다. 꽤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보이는 그는 그럼에도 최근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비스를 잘해야 겠다며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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