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모(44)씨는 만두로 청주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사람이다. 지난 88년 남문로2가에 ‘코끼리만두’를 차린 그는 엄마가 딸과 함께 오고, 다시 그 딸이 성장해 자녀를 데려오는 식으로 손님들이 세대를 이어 찾는 바람에 단골손님도 엄청나게 확보하고 있다. 만두가 여름음식이 아니고 사상 최대의 불경기라고 하는 요즘, 큰 걱정 없이 버틸 수 있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전에는 샷시 일을 했어요. 샷시 기술자로 이라크도 다녀왔죠. 여기서 번 돈으로 만두집을 차렸는데 만두가 대표음식이고 찐빵, 쫄면같은 것도 팔아요. 여름에는 잠깐 콩국수도 하죠. 고추만두국은 충청도 사람들 입맛에 맞는지 손님들이 아주 좋아해요.”

머리를 말끔하게 빗어넘긴 김씨는 만두를 만들다말고 이렇게 말했다. 실제 이 집의 효자상품은 고추만두국이다. 재료도 독특하다. 간장에 절인 지고추와 김장김치를 넣어 톡쏘는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김씨는 매년 가을마다 지고추 200∼300관을 담는다. 이 만두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 음식에도 유행이 있다고 한 때 고추만두국은 만두집의 인기메뉴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별로 많지 않다.

이 집에서 한 달 동안 쓰는 밀가루 양은 20㎏짜리 20포 정도. 대략 하루 2000개의 만두를 만든다. 함께 일하는 사람은 모두 4명. 그러나 만두를 빚는 것부터 그릇 나르고 손님접대하는 것까지 예외가 없다. 사장이라고 놀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는 주인과 종업원이 따로 없어요. 제가 없을 때 다른 사람이 금고를 열고 필요한 돈을 꺼내 쓸 정도로 편하게 지냅니다. 그러다보니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쌀도 청원 생명쌀만 씁니다. 수입쌀은 일체 거부하고 만두속에 넣는 당면도 고구마당면으로 하죠. 음식은 우선 재료가 좋아야 하거든요”

사장을 포함한 모든 종업원들이 부지런히 일하고, 양질의 재료를 선택해 쓰는 것이 ‘코끼리만두’가 15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이유라면 이유다. 음식점 운영에는 별다른 노하우가 필요없이 10년 이상 한우물을 파야 한다는 김씨의 지론도 여기에 더해져 겨우 7평에 불과한 만두집이지만 웬만한 직장인을 훨씬 상회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는 구체적인 액수를 거론하는 것을 꺼렸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며 친구를 만나는 ‘호사스러움’을 일찌감치 포기한 그는 개인시간이 없는 것이 가장 불편한 점이라고 털어놓았다. 10살, 4살짜리 아들이 둘 있지만 아이들 데리고 어디 한 번 놀러가본 적이 없다고. 더욱이 3년째 앓고 있는 오른쪽 다리 관절염이 요즘에는 더욱 심해져 무릎 보호대를 차고 다닌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그는 올해 집을 한 채 샀다.

IMF 때는 잘 느끼지 못했으나 요즘 부쩍 힘들다는 그는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불황을 걱정했다. 그러나 오전 11시부터 손님들이 찾아오는 그의 만두집에는 희망이 있었다. 그것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뿌린대로 거두는’ 정직한 열매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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