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으로 편의점을 평정… 청주·대전·천안·전주까지 진출
아들 대전공장 맡기고 사위, 딸까지 경영에 참여

“김밥, 희한하네. 삼각형이잖아?”
청주지역의 편의점을 이용해 본 시민들이라면 가게 진열대마다 삼각김밥이 놓여있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삼각김밥은 최근 인기 상종가를 구가하고 있다. 아니 현재 청주시내 편의점들을 석권한 상태다.

청주지역 김밥시장을 주름잡는 주인공은 백상푸드(대표 박종금·50). 청주시 비하동에 있는 백상푸드에서는 삼각김밥을 비롯해 다양한 모양과 메뉴 및 가격대의 김밥들을 만들고 있는데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백상푸드가 점령(?)하고 있는 청주시내 편의점만 130 여 곳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백상푸드 표’의 삼각김밥은 청주에서의 성공신화를 토대로 충주는 물론 대전 천안 전주까지도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다. 대전만 해도 150 여 곳의 편의점에 ‘주둔’하고 있다.

이런 백상푸드는 최근 들어 대전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아예 현지의 김밥공장을 인수했다. 이쯤 되면 김밥부문에 있어서 만큼은 큰 소리칠 만하게 됐다. 그리고 ‘김밥재벌’을 이끄는 경영 사령탑이 여성이라는 점은 우리의 눈길을 또 한번 잡아끈다.

박종금 사장이 처음 김밥제조 및 판매에 나선 것은 1995년이었다. 청주시 수곡동 서원대 부근 준상가지역내 쪽방을 얻어 가내수공업형태로 시작한 것이다. 남편이 잇딴 사업실패로 가세가 기울자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박씨를 생업전선에 내 몬 것이다.

“주부로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것이었는데, 대상을 김밥으로 선택한 거예요. 깨끗하고 맛있게 만들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으리란 자신이 있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당장 주변의 동네 구멍가게에 납품한 김밥들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어요. 신났죠. 사업성이 충분하겠다는 자신감과 함께 더 이상 수작업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한 건 그 때였습니다.”

박 씨가 당시 청주에서 처음으로 김밥제조기계를 도입한 건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변의 반대와 음해가 적잖았다. “김밥은 손맛인데 기계로 만들면 되느냐”는 소리가 그것이었다. 특히 경쟁업자들의 흠집내기는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밥같은 음식은 충분히 ‘표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기가 만드는 김밥이 호평을 받는 것이 힘이 됐다.

“숱한 사업실패로 몸과 마음을 상한 남편이 결국 1998년 세상을 떠나면서 저는 더욱 더 일에 매달렸습니다. 절망의 끝에서 그대로 주저앉을 수만 없었기 때문입니다.”
박씨는 남편과 사별한 후 2년만인 2000년 지금의 비하동 강서파출소 앞 옛 농협창고건물에 ‘백상푸드’를 설립했다. 납품처도 구멍가게에서 편의점으로 품격(?)이 향상됐다. 박씨는 여기서 다시 한번 전환을 꿈꿨다. 늘 같은 모양의 김밥에 디자인 혁명을 꾀한 것이다.

“삼각김밥을 만들기 시작한 게 2001년부터예요. 당시엔 대형자본들이 삼각김밥을 만들어 프랜차이즈 편의점에만 독점 공급하던 시절이었어요. 제가 이를 벤치마킹해 청주지역에 삼각김밥을 자체적으로 선보인 거지요.”
백상푸드가 만들어내는 삼각김밥 등은 500원짜리와 1000원짜리 등 가격대와 제품이 10여가지에 이를 만큼 다양하다. 백상푸드는 삼각김밥을 주무기로 대전에 진출했는데, 이것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백상푸드의 공세에 시장을 잠식당한 대전의 한 김밥공장에서 “도저히 백상푸드와는 경쟁이 안되니 차라리 사업체를 인수해달라”는 요청이 날아들었다. 백상푸드가 대전공장을 거느리게 된 연유다.

“새벽과 낮에 2차례나 직접 차를 몰고 대전에 다녀와야 하는 생활이 계속됐어요. 김밥은 다른 먹거리와 마찬가지로 위생적인 유통이 생명이거든요. 정말 정신없었어요.”
박 사장은 이때 하루 2∼3시간 밖에 못잤다고 했다. 가장 활발하게 사업확장을 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박 사장은 남편이 남기고 간 빚을 모두 갈무리할 수 있었다. 현재 백상푸드의 직원은 28명. 아들(김응민씨·25)은 대전공장을 책임지게 하고, 딸(김송씨·27)과 직장에 다니던 사위(신재용씨·30)도 스카우트(?)해 온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밥공장을 24시간 가동하려면 일손이 필요한 데 가족만큼 든든한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지난 몇 년간 정신없이 일하며 하루 하루 500원짜리 김밥을 팔아 월 2억원 가량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키운 게 꿈만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지난 세월의 험난했던 생활 때문인지 요즘 목디스크로 매일 병원에서 1시간 이상 물리치료를 받는 등 후유증도 만만찮게 치르고 있다.
“마치 제가 큰돈이나 번 것처럼 소문나 있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다만 중요한 건 제가 인생의 고비마다 좌절하지 않고 어려움을 정면에서 헤쳐나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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