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편집국장

충북도가 기어코 청주시 상당구 주중동 밀레니엄타운에 국제웨딩빌리지를 건설하기 위한 기본 협약을 체결했다. 도는 지난달 29일 도청 회의실에서 (주)끼트레이딩(대표 이영은)과 국제웨딩빌리지 건설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이 성공적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투자와 행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국제웨딩빌리지는 아시아지역, 특히 일본의 해외 웨딩커플과 동반하객 유치를 근간으로 각종 웨딩 관련 국제행사와 파티·문화공연 등 사업을 영위할 계획이다.

그러나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국제웨딩빌리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 확보 방안이 불투명하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제웨딩빌리지는 밀레니엄타운의 취지와 성격에 적합하지 않으며 공공기관의 사업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의견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민단체의 반대논리와 방식이 너무 ‘정중’하다. 최근 독도문제를 둘러싼 반일감정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밀레니엄타운 뿐만 아니라 충북 어디에도 국제웨딩빌리지를 조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무리 일본의 결혼외식비가 비싸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로 웨딩커플과 동반하객을 유치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허무맹랑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원정결혼식을 올릴 정도의 생활수준을 가진 사람들은 그야말로 사회·경제적으로 지위와 부를 축적한 특권층일 것이다. 그들이 단순히 저렴한 비용으로 이른바 ‘야외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비행기를 전세 낼 리는 만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청주공항의 일본노선을 추진한다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15개 국가들을 중심으로 최근 3년 동안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일본인 3000명의 여행자 의식도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만족도가 높은 곳은 인도네시아의 발리로 나타났다. 그 뒤로는 독일과 하와이가 줄을 이었고 우리나라의 관광지는 순위 어디에도 들지 못했다. 따라서 국제웨딩빌리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광고공세를 퍼붓는데도 가당찮을 일이다.

일본과 가장 근거리에 있고 국제관광도시를 자부하는 제주도도 끼지 못하는 마당에 하늘에는 전투기가 쉴 새 없이 뜨고 내리고 인근 도로에는 차량이 질주하는 밀레니엄타운에 웬 국제웨딩빌리지를 운운하냐는 얘기다. 인근 시·도의 결혼수요라도 유치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이 마저 여의치 않다면 그렇지 않아도 불황을 겪는 지자체까지 나서 지역 웨딩업체와 경쟁하는 우스운 결과가 벌어질 것이다.

전국 시·도마다 공룡 같은 국제컨벤션센터가 들어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딴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급기야 의류 땡처리 행사까지 열렸다고 한다. ‘국제’라는 두 글자에 현혹되지 말자. 외국자본 614억원이 들어간다는데 수요창출이 안될 경우 결국 ‘세금을 내놓으라’고 손을 벌리는 것이 민간자본이다. 결과 예측이 뻔할진대 말로 안 되면 몸으로라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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