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노조가 이럴 수 있나요.' 수화기를 통해 거친 말투로 여성노동자가 항변을 한다. 여성조합원이 관리자에게 물리적 폭행을 당했는데, 노동조합 위원장이 오히려 관리자를 두둔한단다. 그렇기만 해도 참겠는데 폭행을 당한 여성노동자에게 불이익 협박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단다.

대책을 묻는데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답을 해야겠는데 고작 답변한 것이 '정말 못됐네요. 아직까지 그런 어용노조 위원장이 판을 치니.'

어찌 어찌 대화를 진행하다가 직감적으로 그 노동조합이 다름아닌 우리 민주노총 소속임이 느껴졌다. 그래서 물었다. '혹시 회사 아닙니까' 수화기를 통해 깜짝 놀란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떻게 알았냐는 거다. 기죽은 목소리로 답한다. '사실 그 사업장의 노동조합이 저희 민주노총 소속이에요. 그거 아시죠'.

부끄럽다. 한두 달 전에 오십이 훌쩍 넘어보이는 두 명의 아저씨가 사무실로 찾아온 적이 있다. 그 아저씨들이 오신 목적도 이와 비슷했다. 노동조합 꼬라지가 말이 아니라는 거다.

위원장과 사무장은 과장과 대리로 승승장구하고, 노동조합비는 어따 썼는지 알 수도 없고, 공개를 요청해도 돌아온 것은 불이익뿐이라는 거다.

마찬가지로 이 노동조합도 민주노총 소속이다. 어찌되었든 이 아저씨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의 진실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진실일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게다. 말 그대로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다워야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했고, 그런 현실 때문에 '민주노총'이 만들어졌다.

노동조합답지 못한 노동조합을 '어용노조'라 불렀고, 그 '어용'에 맞서 '민주노조'를 외쳤다. '민주노조'를 외쳤던 사람들은 사용자들로부터 독립되어 노동자들에 의해 유지, 운영되는 '자주성'을 목놓아 외쳤다. 이 '민주노조'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징역살이를 감수해야 했고, 때론 목숨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 바탕 위에 수많은 노동자들의 눈물과 피가 모여 결실을 맺은 것이 '민주노총'이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말로는 이렇게 장황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때론 관계에 의해 그런 모습에 대해서 눈감고 못본 척 어물쩍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오히려 죄인처럼 관계에 의해 그 노동조합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KBS의 노동조합이 도마 위에 오른다. 옳음을 위해 죽어라 싸우는 조합원과 간부들이 있는 반면에, 편안하게 뒷짐지고 투쟁현수막을 철거한 집행부가 도마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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