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준 해 (서원대 국제교류 담당)

▲ 박준해 서원대국제교류담당
다른 나라의 식민지 생활을 했더라도 일본이 아닌 영어권 국가의 식민지였다면 어떠하였을까? 영어 교육을 위한 막대한 정부 예산과 가계 지출, 심지어는 이로 인한 신이산가족의 고통까지도 감수하는 현실에서 차라리 일본보다는 영국이나 미국의 식민지였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최근 정부는 영어 교육을 국가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으며 몰입식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제는 ‘접목(Application)’이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해온 영어 정규교과과정이 2009학년도부터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로 편성되면서 취학 전 아동뿐만 아니라 태아의 영어교육 열풍까지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국가인적자원개발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학교 진학률이 1985년도에 고등학교 진학률이 2000년도에 각각 99%를 넘어서고 대학교 진학율은 90%에 달하여 OECD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국가임을 자랑한다.

중소도시마저도 셀 수 없이 많이 늘어선 방과 후 학습 전문학원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야말로 교육천국의 진풍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이 불편하여 세계에서 여행하기가 가장 불편한 나라 중 하나로 인식되는 것은 무슨 아이러니인가. 문제는 바로 ‘접목의 결여(Lack of Application)’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 학습에 많은 시간과 재원을 투자하지만 살아가면서 부분적 또는 전문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고작 1%를 지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일상생활의 전면적인 영어사용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업종간판의 국영문 동시표기와 관공서의 공문서식 국영문 혼용을 체계화하는 부분부터 출발하여 고등교육의 영어전용 강의, 영어 전용 방송 및 인쇄매체의 점진적 확대를 통해 실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접목(Application)’이 요구된다. 언어는 사용함으로서 재학습된다.

우리가 일찍이 경험한 바와 같이 과거에 많은 노력과 경제적인 댓가를 치르고 학습한 영어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으면서 소위 말하는 ‘무용지물(Dead English)'로 전락했다. 우리의 후세들에게 국가경쟁력을 요구하면서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상당한 국가의 재정과 가계 지출을 감수하지만 학습한 영어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의 토대라면 여전히 1%를 위한 낭비다.

유가는 천정부지로 뛰어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석유는 유형의 자원으로 매장량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영어 학습을 위하여 매년 해외로 유출되는 천문학적인 돈이 너무도 안타깝다. 그보다도 더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학습한 영어가 사용되지 않고 잊혀진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많은 학생들이 캐나다의 자매대학과 연계된 영어연수를 위해 사무실을 찾는다. 변화는 번거롭다. 그리고 불편하다. 그러나 오늘 변화하지 않으면 내일의 국가경쟁력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전화벨이 울린다. “Good morning, Junhae speaking. How may I help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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