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교육부 기자

▲ 오옥균 기자
채권을 일원화한 현대백화점 그룹(이하 현대백화점)의 인수협상 공식제의로 금방이라도 결론날 것 같았던 서원학원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지난 12일에는 범대책위가 마련한 연석회의가 열렸지만 재단 측 불참으로 기대했던 현대백화점과 박인목 이사장의 첫 만남도 결렬됐다. 교수, 학생은 물론 서원대총동문회, 산하 중·고교 총동문회,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현대백화점의 서원학원 인수가 학원 정상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환영입장을 표하는 동안 재단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던 지난 24일 이사회가 입장을 밝히는 글을 올렸다.

서원학원 이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학원 경영권을 제3자에게 이양할 의사가 없다는 이사장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이사장의 의지에 대해 이사 전원의 이름으로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임시이사회를 통한 것인지, 정기이사회를 통한 것인지, 언제 어떤 절차를 밟아 이 같은 결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저 이사회가 박 이사장과 뜻을 같이한다는 내용이다.

이사회 구성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8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박인목 이사장을 비롯해 부인 양금렬 씨, 사돈 장진성 씨, 양금렬 씨의 사촌동생 양문희 씨 등 친인척들과 대구 출신의 도호경 씨(전 대구향교 전교), 우종응 씨(전 명덕고 교장), 김명곤 씨(전 검사)로 구성돼 있다. 교육부 추천으로 이사회에 참여한 김경환 씨를 제외하고는 친 박 이사장 일색이다.

강경한 어조로 새롭게 다짐이라도 한 듯 거창하게 입장을 밝혔지만 이사회의 구성을 감안하면 결국 박 이사장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다시 말해 박 이사장은 ‘경영권을 넘길 의사는 없다.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채권을 해결하겠다. 잔존 법인 부채에 대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해결을 추진할 것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답답한 것이 이 부분이다. 박 이사장은 이사회의 입을 빌려 자신의 뜻을 밝혔지만 여전히 어디에도 어떠한 재원을 이용해 언제까지 갚겠다는 구체적인 제시가 없다. 3년 전, 2년 전, 1년 전과 다를 바 없다. 내홍이 깊어지는 동안 박 이사장은 한결같이 갚겠다고 했고 여전히 부채는 해결되지 않은 채 진행형이다.

여기에 자신은 가지고 있는 재산을 내놓는데도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제시를 하지 못하면서 현대백화점에 대해서는 대학장기발전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제시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어떤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예산을 할당하고 구체적 자금계획을 세우기까지는 선행돼야 할 것들이 있다. 서원학원 경영권에 대한 확정된 계약이다. 재단이 말하는 구체적인 마스터플랜 제시 요구와 현대백화점이 주장하는 '법인 스스로 대외부채와 학내 부채 해결'을 두고 선후를 따지며 소모전을 진행하면, 결국 채권의 소유자만 바뀔 뿐 구성원들이 그토록 바라는 학원의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박 이사장이 주야장천 주장하듯 채무변제 능력이 있다면 현대백화점에 움직임을 살필 것이 아니라 자신만만하게 자신이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돈을 꺼내 보이는 것이 단순하고도 명쾌한 해결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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