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_ 청주시 흥덕구 복대2동

이번 전시는 아시아 5개국(한국, 태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과 다 장르(회화, 조각, 퍼포먼스, 음악, 시, 비평, 필름 등)의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해 태국에서 펼쳐진 종합적 예술 교류였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문화예술의 다양한 아시아 담론의 모색과 새로운 국제교류 패러다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전시는 8월 16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이번 아시아 현대예술 교류 방콕展 - No Wall은 이미 3회에 걸친 한-일간의 반전전시의 진화이며 변종이었는데 청주 복합문화체험장(하이브 스튜디오)의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 네트워크 된 아시아 각 국의 작가들을 초청하였다는 점은 눈에 띠는 대목이다.

8월 13일 5시 35분.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한국작가들의 짐은 가벼웠다. 아마도 휴가철에 여행가는 기분이었으리라..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에는 밤 9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공항에는 지난해 하이브 레지던스 작가로 왔던 디어본이 마중을 나왔다. 문제는 태국에서 맞은 첫 아침이다.덥고, 덥고, 덥고 또 더웠다.나의 경우는 현지 설치 작업이라 3일 정도가 소요됐다. 같이 간 한국 후배가 나보고 수퍼맨이란다.

작업욕심이 많아 한국에서 하던 대로 그대로 밀고 나갔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데 의아한 건 태국의 작가들이다. 처음에 엉성했던 내 작업은 시간이 갈수록 제 모양이 나는데 도대체가 작가들이 코빼기도 안 보인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내일이 전시 오픈인데 3분의 1 정도의 작가와 작품이보이지 않았다.

설치하러 온 작가인 듯 싶은 친구들도 간간히 와서는 잡담을 하고 태연히 맥주나 얼음 쥬스를 마시고…도무지 진지함이 없어보였다. 태국친구에게 물어보니 알아서 할 것 이라고만 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꼬박 3일을 죽치면서 꼼지락 꼼지락 작업을 하고 있는 내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의문이 풀린 것은 오픈 전날 밤 그러니까 한국 작가들은 이미 설치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 다음이다. 나는 디렉터와 전시에 관해 할 이야기가 있어서 전시장에 남아있던 때였다. 어느 순간 모인 열 명 정도의 작가들이 웃으며 농담하며 자신들의 작품을 디스플레이 하고 있었다. 밤을 세워 설치를 한다고 했고 계속해서 조금씩 조금씩 반입되는 맥주들……아하! 무더위가 범인이구나. 이제서야 그들이 본 나를 생각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대부분의 더운 나라가 그렇듯 그들도 정오에서 두 세시 까지 푹 쉰다. 2시가 넘으면 식당도 닫는다. 대신 편의점 햄버거로 때운 적도 있다. 간간히 그들은 나에게 "싸바이 싸바이"라고 한다. 나도 그 뜻은 이미 한국을 방문한 태국 작가에게 들어 알고 있다. 우리말로 하자면 "천천히 천천히, 대충 대충, 됐어 됐어"라는 듯인 것 같다. 하지만 현지에서 체험하며 느낀 싸바이 싸바이는 바쁜 일상의 우리에게 천천히 가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이번 교류전에서 나의 작업은 ‘신 유목’이었다. 예술을 통해 그 나라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그 안은 고스란히 나의 혹은 남들의 자유 영역으로 만드는 것. 과거의 유목은 나만 살기 위한 생존의 그것이지만, 서로 다른 남을 인정하는 공유의 신 유목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텐트 안에 그들의 우상인 부처상을 설치해 놓았다.

향후 아시아 프로젝트는 일본에서 바통을 이어받는다. 2009년은 일본, 2010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시아 예술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또 2011년은 인도, 혹은 이란, 쿠웨이트 등지가 될 것이고 어쩌면 2012년이나 2013년에는 다시 한국에서 아시아 예술 프린지 축제가 열릴 것이다. 변방의 자리에서도 빛날 수 있는 프린지 페스티벌을 지금 우리들의 손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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