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생각, 즈믄일곱온 하나.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아주 순한 소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처음 송아지를 사왔을 때는 이게 여간 말썽이 아니었는데
좀 자라서 코를 뚫고 길을 들인 다음부터 조금씩 순해져서
나중에는 어린 아이도 그 소에 쟁기를 메워 쟁기질을 할 수 있었고
심심할 때면 내가 그 소를 타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 소가 참으로 신통하게 마음에 들었던 것은
해거름이면 고삐를 놓아도
딴 짓 한 번 하지 않고 곧장 집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던 모습,
그렇게 기계처럼 회귀하던 소의 모습이 여간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인에게 편하고 좋은 소가
좋은 소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알아차리고
그 소가 참으로 좋았던 것은
처음 사 왔을 때의 말썽장이 송아지였음을 되짚어보는 아침

이미 이 세상에서 소의 생명으로는 벌써 오래 전에 끝난
그 소를 떠올려 놓고는
그 때 너를 좋은 소, 편한 소라고 생각했던 것이 미안하다고 말하고
이제 자유의 넋이 되어 네 길을 가라고 풀어놓습니다.

내 생각의 울타리를 벗어나 꼬리를 흔들며 멀어지는 소를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내 안에 있던 좋다거나 편하다는 생각을 지우는 아침,
길들여진 편안함이 아니라
자유로워 생기 넘치는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