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계산서를 이용해 법인세를 포탈한 회사대표와 이를 처리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아챙긴 혐의로 이 모 전 청주세무서장이 검찰에 적발, 구속기소됐다.

서울지검 외사부는 지난 20일 48억여억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법인세 14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주)해광 대표이사 김 모씨(51)와 이를 정상거래처럼 처리해 주는 대가로 1억 2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이 모 전 청주세무서장(60) 등 4명을 특가법(뇌물수수) 위반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세무서장은 지난 99년 10월 세무브로커 최 모씨(60·불구속)의 부탁을 받고 담당공무원인 오 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해광건을 잘 좀 처리하라”고 지시해 허위 세금계산서 21여억원을 정상거래인 것처럼 처리토록 한 뒤 1억 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주)해광은 진천 소재 기업으로 컴퓨터 부품 제조회사다.

또 (주)해광의 김 대표 등은 허위 세금계산서가 국세청에 적발돼 청주세무서에 조사지시가 내려오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이 전 세무서장과 친분이 있던 최씨를 통해 이 전 서장에게 잘 처리해 줄 것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한 사례비 명목으로 이 전 서장뿐 아니라 최씨에게 2억원, 오씨에게는 300만원을 건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특히 검찰은 이번 사건을 구속단계가 아닌 기소단계에서 발표하며 “이 전 세무서장은 퇴직 8개월 전에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며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의 도덕불감증이 큰 것으로 드러나 이에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까지 이례적으로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이와같은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이 전 서장과 청주세무서측은 완강히 부인하거나 “그럴 리 없다”며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어 주목된다.

청주세무서와 이 전 서장의 친지들은 “이 전 서장이 ‘자신은 해광측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은 적은 있지만 세무조사를 대가로 1억 2000만원을 받았다는 검찰의 혐의내용에 대해서는 ‘결코 그런 일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청주세무서측은 “세무조사와 관련해 세무서장이 실무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조직의 특성상 문제의 기업체가 세무조사를 잘 봐 준 대가로 이 전 서장에게 실무자(300만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인 1억 2000만원이나 건넸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주세무서 직원들은 “우리는 검찰이 이 전 서장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이미 10일전에 이 전 서장이 구속된 사실도 알고 있었다”며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전지방국세청에서 (주)해광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최근 마쳤는데, 이 과정에서 취합된 모든 정보와 정황증거로 볼 때 이 전 서장의 결백주장이 허위로만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청주세무서 모 관계자는 “(주)해광사건이 불거진 데에는 세무서 실무자와 이 전 서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전 해광직원의 투서로 시작됐는데, 여러 정황상 (뇌물이 이 전 서장에게 전달되지 않고)배달사고가 있었던 게 거의 확실하다”는 주장까지 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발표로 청주세무서가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비쳐지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는 말도 했다.

사건 당사자인 이 전 서장이 현재 구속된 상태인 만큼 청주세무서측의 이같은 주장은 현재 제3자로서는 전혀 확인할 길이 없다. 이 전 서장의 결백주장과 청주세무서측의 이같은 반응은 ‘자기조직 보호본능’이 어느 집단보다도 강력한 세무관서의 특성에서 나온 자기변명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사실에 부합하는 것인지 여부는 결국 사법부에 의해 가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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