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열 공학박사·건축사

도시는 과거로부터 주거기능과 상업기능이 함께 공존하면서 형성되어 왔으며 각 기능을 연결해준 선적기능은 도로가 맡고 있다. 그러나 도시의 발전과 현대화는 그 도로의 기능이 단순히 마차가 이동하고 지게꾼이 돌아다니는 범위를 벗어나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의 도로기능은 자동차의 이동경로로 인식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자동차와 사람의 경로, 재난시 긴급 대처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전기·통신·상하수도·가스 등 생활에 필요한 공급시설로 나눌 수 있겠는데, 이를 인체와 비교한다면 차로 및 보행자도로는 도시기능에 있어서의 소화기능, 전기,통신등 공급시설은 혈액순환 기능으로 비교할 수 있겠다.

원만한 순환계통이 인체의 건강을 유지시키듯 도시에서도 기본적 순환기능이 필요하다. 다만 기본적 기능에 대한 구성만 갖추었다고 해서 소화가 되고 이상적인 혈관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대는 효율의 미학적 기능까지 더불어 요구되어지고 있으며, 그 미학은 보는 것 만으로도 아름답고 멋있다고 해서 디자인 또는 미학이라고 보기 이전에, 취지에 맞는 기능과 효율이 충족되는 조건하에 보여지는 미학 또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도로의 주인은 사람인 동시에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공공적이고 대중적인 기능이 원활해야 도시의 제 기능이 발휘될 것이며, 활력있는 도시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의 중추적 역할에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다.

우리지역에서도 대중교통의 효율적 운영에 따른 성과로 중앙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수상의 영예를 받은 적이 있다. 이는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취지에 맞는 기능과 효율이 확인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도시전체를 고려할 때 함께 어우러질수 있는 색감에도 한걸음 더 나아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찾아볼 수 있겠다. 식단의 맛을 알기 이전에 보여지는 식단의 그림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 배열과 색상이 식욕을 돋우듯이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가로수길의 녹색그림자와 연계된 도시경관의 변화의 노력과 함께 식탐을 낼 만한 대중교통의 포장도 관심을 두고 싶다. 이미 우리지역에서 대중교통의 편의성과 그 이용 시민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됨으로써 대중교통의 기능과 효율 그리고 미학이 충족되기 위한 노력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그런 욕심이라 하겠다.

기본적으로 보행권이 보장되는 보도에서도 첨단의 기술이 집약된 도시미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보도하부에는 도시의 혈관과 같은 전기, 통신, 전화, 상하수도, 가스 등 도시를 가동시키는 복잡한 선형들이 매립되어 있으며, 전기·통신시설의 관리상 불가피하게 보도에 노출된 설비박스는 자전거도로 및 보행자동선에 장애를 줄뿐아니라 도시경관에 해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과제 때문에 관련기업에서도 도로에 매립되는 시설물의 부피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더불어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행정적 융통성으로 그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즉, 건축행위시 사전협의를 통하여 설비박스가 설치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관련기업은 정기적으로 해당시설면적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하여 행정과 건축주, 관련기업 간 삼자의 관계로 도시경관에 일조를 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시설물과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안으로 특허제품을 선보인 적이 있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가 주최한 경영혁신대회에서 동상을 받기도한 이 제품은 관리상 지상에 설치해야만했던 맨홀을 지하에도 설치가능한 프라캐스트 조립식맨홀이다. 기존 맨홀공사 대비 10%의 공사기간으로 시공시 도심지 교통체증의 원인이기도 했던 문제점과 도시경관을 개선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도시경관은 일인의 스케치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기능과 효율과 미학의 조건이 필요하듯, 첨단의 기술과 미학적(美) 관심이 필요하다 하겠다. 대중교통의 미학적 효율과 보행동선의 쾌적성이 도시미각을 살리는 동시에 제 기능을 명분화 함으로서 도시의 소화기능과 혈관을 건강하게 관리하여야만 생기있고 건강한 도시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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