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생각, 즈믄여섯온 아흔 다섯.

그 때가 다섯 살이었는지, 아니면 여섯 살이었는지
아무튼 아주 어렸을 때
마을에 있는 성깔이 있는 소의 뜸베질에
키보다 높은 논둑 아래로 번쩍 들려 나가 떨어졌던 일이 있습니다.

소가 성격이 거칠다는 것을 들어서 알았지만
길이 좁아 그저 옆으로 몸을 웅크리며 비켜서는 게
피하는 몸짓의 전부였는데
소는 그렇게 있는 나를 냉큼 뿔로 떠 올렸고,
이어 고개를 한 번 흔들어 논 밑에 팽개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한 군데도 다친 데 없이 일어나서 가던 길을 갔고
이후로도 소를 두려워한 일은 전혀 없으니
그게 마음에 별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터인데
그래도 무엇인가 남았던지 오늘 새벽 명상에 그 일이 떠올랐고

오래오래 지켜보면서 그걸 소화시키는 동안
내가 아는 온갖 소에 관한 지난 일들이 줄줄이 따라 올라와
가슴속의 수없이 많은 소들을 한꺼번에 소화시킬 수 있었으니
오늘 아침도 깔끔한 하늘만큼이나 시원하게 맞이했으니
하루를 사는 일이 무겁지 않겠다고 하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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