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밤 북경올림픽 개막식에 대해 전세계 언론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웅장하고도 화려한 개막식이 중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잘 보여줬다거나, 근대이후 서양세력에 의한 좌절과 굴욕의 역사를 딛고 근대화를 성취했다는 자긍심을 국내외적으로 한껏 과시했다는 것 등이지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이 거대한 개막식은 국가지도자가 의도한 쇼일 뿐 국민에게서 나오는 에너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여주기 위한 올림픽에 희생된 서민대중,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탄압받는 민중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회적 모순을 드러낸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이번 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무섭게 일어서는 중국의 내셔널리즘에 위협을 느끼게 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각설하고, 엄청난 스케일과 일사불란한 모습이 퍽 대단했지만 그 규모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좀 지루했습니다. 그러다가 '중부매일'이 11자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중국의 발명품으로서 종이, 화약, 나침반과 '인쇄술'을 보여줄 때 긴장했습니다. 인쇄술이라고 했을 뿐 명확히 '금속활자' 인쇄술이라고 못 박지는 않았지만 금속활자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인쇄술의 효시라고 강조하는 교니(膠泥진흙) 활자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금속활자 인쇄술이라고 했을 때 제기될 논란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저 인쇄술이라고는 했지만 실제 그림은 금속활자 인쇄술로 인식할 수밖에 없도록 함으로써 '금속활자 발명국 코리아'에 대한 시비를 비껴가면서 인쇄술 발명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나아가 한국의 금속활자 발명국 지위를 흐려버리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세계최고(世界最古)의 목판본과 금속활자본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고인쇄문화에 있어 인쇄술 발명 논란은 교니활자에 대한 평가도 활자로서 실패한 것으로 보는 견해와 활자인쇄술의 최초창안으로 보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지만 금속활자 발명국은 한국이 분명한 터에 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여준 중국의 행위는 그냥 넘겨버리기 어려운 것입니다. 늦어도 12세기 초를 전후하여 고려(高麗)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금속활자 인쇄술의 살아있는 증거가 바로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직지(直指)' 아닙니까.

하여, 중부매일 사설에서 "청주시는 직지 홍보에만 너무 치중하지 말고, 직지 시대성에 대한 논리개발, 직지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중국이나 구텐베르크 활자를 압도할 수 있는 논리성은 무엇인가를 관료주의가 아닌, 전문가적 식견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데 대하여 일부 공감하면서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 줄 것을 당부합니다.

청주시가 직지 홍보에만 치중하여 '청주만의 직지'처럼 보이는 것에는 분명 반대합니다. 오히려 '직지'를 뛰어 넘을 때 직지의 위상은 흔들림 없이 세계 속에 우뚝 설 것입니다.

직지를 청주의 직지에서 충북의 직지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브랜드로, 세계 속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세워 나아가기 위해서는 직지만을 내세우거나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를 압도하기 보다는 함께 공존, 상생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직지'든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든 그 가치는 금속활자본이라는데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금속활자 발명국 코리아'를 '국가브랜드'화 하는 전략이 첩경이라 생각되어 늦게나마 한 말씀 드립니다. 인쇄술 올림픽을 가정해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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