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여성단체협의회장, ‘군수부인이 퇴진압력’ 공개반박

민선시대의 자치단체장 부인이 지역 여성단체를 직간접적으로 관리하면서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성단체와 단체장 부인이 불화를 겪을 경우 시·군 담당직원까지 ‘총대’를 매야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영동군에서 벌어진 여성단체 대표와 군수 부인의 갈등사태를 사례로 자치단체와 여성단체의 미묘한 관계를 짚어본다. 영동군여성단체협의회 양경순 회장은 ‘손문주 영동군수 부인(남길자씨)이 군정에 개입해 여성협의회 해체를 주도하고 있다’며 지난 17일 군청 홈페이지에 5개 회원 여성단체 관계자 공동명의로 글을 올렸다.

‘존경하는 군수님께’로 시작된 서한문에는 “군수님 사모님께서 1월부터 현재까지 여성계 관련 부서에 관여하시어 저희 단체를 해체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모든 운영방안을 방해하고 있다” “협의회 조직 현황에 관여하시지 마시어 우리 여성단체협의회에 있었던 단체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고 미묘한 편가르기 분위기 조성으로 각 단체회장님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지 말도록” 하소연했다.

양회장은 취재기자에게 지난 1월 자신이 여성협의회장 취임이후 군수 부인이 특정 회원단체를 지목하며 협의회에서 제외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남씨가 요구대로 하지않자 ‘군에서 여성의용소방대 출동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압력을 행사해 협의회를 탈퇴시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한문에 함께 서명했던 새마을부녀회가 닷새만인 지난 22일 돌연 여성협회회 탈퇴를 선언하고 나서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양회장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군에서는 협의회장을 제외한 채 관내 16개 여성단체 모임을 여는가 하면 군청 여성단체 담당직원이 ‘협의회장직을 사퇴하고 친목계라도 만들면 연합회 회원단체로 받아주겠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군 담당부서에서는 “양회장은 바르게살기부녀회 출신으로 특정단체가 독식하듯이 회장, 총무를 연임하다보니 다수 회원들의 불신을 초래했다. 협의회가 위축되면서 양회장이 사실무근의 주장으로 관을 협박하는 상황이다. 연합회는 개별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관내 여성단체 모임에 빠질 수도 있다. 특정한 사업이 없는 연합회를 자치단체가 꼭 끌어안고 가야만 한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손군수 부인인 남길자씨는 “담당부서와 상의해 여성협의회가 바람직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입장이었다. 내가 이런저런 개입한 사실은 전혀 없고 오히려 양회장이 ‘똑바로 못하면 누구 꼴 난다’며 내게 언어폭력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양회장은 전임 박완진 군수 부인이 협의회 명예회장을 맡을 당시 총무직을 수행해 돈독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1월 양회장이 협의회장에 선출되자 남씨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두 사람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영동군과 유사한 사태가 이미 5년전에 청원군에서도 발생했다. 97년 당시 새로 선출된 여성단체협의회장을 놓고 회원단체간 갈등조짐이 보이자 군에서 사무실을 전격 폐쇄조치하는 초강수를 동원한 것. 6년간 장기집권했던 현 회장과 세대교체를 주장한 후보가 맞붙었으나 신진 후보가 1표차로 신승을 거뒀으나 문제는 낙선한 회장이 당시 변종석 군수측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

당시 청원군 모여성단체 실무자였던 A씨는 “전임 회장이 너무 일을 많이 벌였다. 개별단체도 해야할 일이 있는데 의견을 무시하고 군수와 사모님이 바라는 일을 계속한 것이다. 일례로 변군수 출신학교인 청주농고 동문체육대회에서 밥장사를 하기도 했는데 힘만 들이고 돈도 남는 것도 없고, 그러다보니 연합회장을 바꾸자는 여론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딴 사람을 선출하고 나니까, 당장 ‘내년도에 군수선거 출마할 ㅊ후보측에서 밀어준 사람’이라는 소문이 나돌았고 군수님 귀에도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고나서 연합회사무실을 바로 폐쇄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원군은 2년동안 여협 사무실을 닫아걸고 책상, 집기를 창고속에 밀어넣었다. 이듬해인 98년 변군수는 재선에 성공했고 99년 여성단체들의 요청에 따라 여성단체협의회 재구성이 추진됐다. 문제는 97년 1표차로 낙선했던 전 회장을 다시 단독후보로 추천하게 된 것. 결국 회원단체가 개혁의지를 모아 연합회장으로 선출했던 후보는 심적부담 때문에 군수실에 당선인사조차 가지 못하다 2년뒤에 또다시 모욕을 당한채 여성단체를 떠나는 처지가 됐다.

영동, 청원 사례에서 보듯 여성단체협의회와 지자체간의 갈등은 결국 지방선거를 매개로한 편가르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현직 단체장은 경쟁후보나 전직 단체장 사람을 여성단체 대표로 두는 것이 편치않고 결국 단체장 부인이 담당부서를 통해 ‘보이지않는 손’으로 작용한다는 것.

단체장 부인은 시·군 여성복지계에서 일정과 공식 면담을 관리한다. 여성복지계는 관내 여성단체의 이해관계를 총괄하는 부서다. 결국 단체장 부인과 여성단체 대표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총대’를 매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과거 관선시대의 단체장 부인은 청내 직원부인회의 당연직 회장 역할만 맡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민선시대로 바뀌면서 단체장 부인은 범 여성단체를 관리하는 역할로 확대됐다.

열악한 인적·재정적 구조속에 자치단체 예산 의존도가 높은 여성단체들은 이른바 ‘사모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체장이 바뀌면 여협회장을 자기 사람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모님’의 작업이 시작된다. 결국 여협회장을 자기 사람으로 앉히면 차기 선거에서 막강한 우군을 확보한 셈이 된다. 실제로 지방선거 때마다 여성단체들의 지지도는 현역 단체장에 쏠리는 경향이 높다.

단체장 부인과 여성단체가 ‘악어와 악어새’ 처럼 편리공생한다면 지방자치 정신은 그만큼 훼손될 수밖에 없다. 시민여성단체에 대한 예산배정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사모님’에 대한 ‘해바라기’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문제는 정식 민간단체 지원예산이 아닌 자치단체 부서별 예산에 은닉시킨 행사예산이 합리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검증장치가 마련되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님 관사 또는 사모님 안가

여성단체, 인적·재정적 독립기반 자체강화해야청주시 한대수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과 함께 수동 시장관사에 입주하지 않고 복대동 아파트 사택을 쓰기로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활용방안을 내놓지 않은채 사실상 한시장 부인 최화강씨의 외빈 접대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취재기자에게 “사실상 시장이 만나야할 분들이 있고 내가 보조적으로 만나야 할 분들이 있다. 현재 복대동 아파트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다보니 손님을 맞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편의적으로 관사를 사용하고 있다. 작년까진 집안일을 도울 사람을 쓰기도 했지만 올해는 혼자 손님접대를 맡아하고 있다. 외국 손님의 경우 우리의 전통적 음식이나 주거공간을 호텔보다 더 좋아한다. 관사 활용방안이 마련되면 언제든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상시 개방 상태에서 외부 손님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 여성단체 관계자들과 최씨의 면담도 주로 관사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에서 활동력이 가장 왕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단체는 음성군여성단체협의회다. 실제로 음성연합회는 14개 회원단체를 두고 있어 청주(13개)보다도 많은 상황이다. 음성연합회의 경우 음성군이 여성회관 예식장을 연합회에 임대해줘 식당운영 등을 통한 재정수입 기반이 안정됐다는 것. 이에따라 기금을 통한 대외활동이 활발하고 가입단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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