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경제부 차장

지난해 6월 13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홈에버·농협유통·메가마트·GS마트 등 8개 대형마트 대표들이 당시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과 유통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8대 상생협력 과제를 발표했다.

8대 상생협력 과제에는 지역별 ‘상생발전협의회’ 구성, 출점 조정, 지역상품 구매비중 확대, 중소상인에 대한 선진유통기법 교육 등 지역상권 보호와 관련된 사항도 포함됐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상생발전협의회만 구성돼 제대로 운영됐더라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갈 수 있었다.

여기에는 대형마트 뿐 아니라 재래시장, 시민사회단체, 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만큼 영업시간·휴장일, 지역구매 확대 등도 논의가 가능했다.
하지만 주무부처 장관 앞에서 한 약속은 지금까지 단 한 가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쇼일 것’이라는 색안경 너머 시각이 많았는데 그것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국회에서 대형마트 규제법률 제정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게 일고 있었다. 이와 맞물려 지역 재래시장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여론마저 대형마트에 비판을 가하고 있었고 학계에서도 관련 연구논문이 발표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 때 내노라 하는 대형마트들이 장관 앞에서 8가지 약속을 했던 것.
대형마트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많다. 주차장도 넓고 냉난방시설도 잘 돼 있다. 식료품부터 의류까지 상품도 다양하고 쇼핑 환경도 매우 좋다.

재래시장이나 중소규모 유통업체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편리하다. 많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찾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자본과 시장의 논리만을 좇을 수는 없다. 주변과 이웃, 지역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대형마트들이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지역사회 환원사업은 고사하고 한달에도 몇 번씩 인쇄하는 전단지 조차 지역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있다.
업체 측은 전단이 본사 차원에서 일괄 제작하기 때문에 지점 권한 밖이며 지역사회 기여사업 또한 마찬가지라는 입장이지만 이들이 지역에서 올리는 매출을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

청주지역 6개 대형마트가 올린 연매출은 적게 잡아도 4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이 모두 지역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으로 고스란히 대형마트 본사가 있는 수도권으로 매일 송금된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의 질의회신에서도 드러나듯이 답변에 응하는 성의를 보여준 매장 2곳의 지역공헌사업이 전무한 것을 감안하면 회신을 거부한 나머지 매장은 더 말할 나위 조차 없을 것이다.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지방세도 12억1800만원에 불과해 조족지혈이 아닐 수 없다.

지역사회가 대형마트에 강력히 요구하는 것은 가진 것을 나눠달라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보자는 포용이다.
말 뿐이었던 상생의 노력이 하루빨리 실천되기를 강력히 주문한다.

‘거머리에 피를 빨린 자국은 상처가 아물면 없어지지만 대형마트가 빨아들인 재래시장의 고혈의 흔적은 오래도록 남는다’는 한 재래시장 상인의 말을 깊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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