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현 청주시의회 재정경제위원장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당선의 기쁨이 채 가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사람이 앞으로 올 시간에 지난 시간의 기념일을 부여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후회가 아닌 반추를 통한 미래의 개선일 때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제8대 청주시의회는 출범이후 역대 어느 의회보다 많은 일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의원발의 조례안도 56건에 이르는 등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민선4기를 맞은 청주시는 어떠했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시정을 추진한 결과 만족할 만한 수준의 투자 및 기업유치에 성공함으로써 합격점을 주어도 무방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왠지 모를 답답함은 나만의 것일까?

지난 늦봄, 나는 20일 간에 걸쳐 청주시 결산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경험이 오늘 이 갈증의 원인이 되리라고는 그 때는 생각지 못했다. 결산검사를 하며 나는 전국 지자체의 자료를 요구했고 이를 통해 청주시 사업의 문제를 짚어보고자 했었다.

그런데 이 과정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청주시의 중점사업 및 예산집행과 전국 지자체의 그것과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청주와 천안,전주,마산 등 다른 지자체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청주시의 사업에서 내 고향 청주를 느낄 수 없었다는 말이다. 물론 직지관련 사업 등이 있다고는 하겠지만 청주시민이면 누구나 자랑스러워하고 지역문화와 밀착되어 이를 통해 먹고사는 시민이 있어 스스로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그런 청주를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 및 기업유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또한 지역발전을 위해 중앙정부로부터 교부세와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위한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공무원들의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내 고향 청주의 내음과 삶의 방식이 없는 발전전략은 오래갈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음과 우리 아닌 중앙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의 부재가 부른 필연이기는 하지만)주객이 전도된 지방자치의 역행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 이제 내가 느낀 답답함이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우리의 부재, 청주의 부재, 우리네 삶의 방식이 녹아있지 않은 발전전략, 이를 통해 만들어져 가고 있는 다른 도시와 똑 같은 내 고향 청주. 이것이 갈증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원인을 알았어도 처방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아직 힘이 없어서 이기보다 내가 아직 우매한 까닭이다. 언젠가 밝힌 바 있는 문화가 강한 도시 ‘청주’를 꿈꾸며 존경하는 강형기 교수님의 글을 빌어 마무리 하고자 한다.

‘지역의 젖줄이 되고 있는 지연산업(地緣産業)은 시민과 산업을 서로 지탱시켜 주는 사회시스템에 의하여 보호받고 있다. 시대의 변전(變轉)에 대응한 행정의 손길은 산업이 지역에 밀착하고 정착하도록 작용하고 있다. 관광객을 위한 관광이 아니라 주민의 거주공간과 생활의 일상에 밀착하고 있는 산업 그 자체가 관광의 요소가 되고 있다. 거리를 둘러보다가 발길을 멈추어 길가에 있는 작지만 정감있어 보이는 야외찻집에 앉았다. 커피향을 전해 주는 바람결이 감미롭다. 아! 이렇다!고 말로 표현하기에는 적당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지만, 하여간 문화가 보인다면 바로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강형기 著 향부론 中 ‘향부론을 펴내면서’ 일부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