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농사를 버릴 때가 됐습니다." 18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농충북도연맹 회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지난 2일 개막행사에 앞서 열린 '식량위기시대 충북농업의 비전' 심포지엄 시작 직전에 나눈 대화의 한토막입니다. 잠시후면 시작될 심포지엄에서 좌장을 맡은 저의 입장에서 뭐라 화답해야 할지 퍽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첫 발제자로 나선 '농업명품도 충북'의 농정책임자의 첫마디가 "수지가 맞는 작목이 없다."는 것이어서 재차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민간영역의 '들이대는 말씀'에 관의 '갖다 바치는 말씀'이라는 식의 자기합리화가 고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파격입니다. 그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적다며 열정을 토로, 몇번의 채근을 받고서야 아쉬운 마무리를 했습니다.

전농이 어떤 조직입니까 지난해 한미FTA반대 시위를 하면서 도청 정문과 울타리를 무너뜨린 장본인입니다. 이런 그들이 충북농정책임자의 생생한 체험에 근거한 농정문제 설파에 대화가 이뤄지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일반 행정직이 아닌 전문 농업직 출신이었습니다. 드믄 경우지요. 뿐만 아니라 일선 시·군에서 다년간 근무한 경력도 있었습니다. 어쩐지 싶었습니다.

이어지는 박사급 발제자들의 주장과 전농측의 발제 그리고 질의응답 과정에서 논의된 결론은 현재의 한국농업으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산업화이후 지속해 온 생산성위주의 농업, 규모의 영농 추진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겁니다. 대단위 농토를 가진 농업대국과 경쟁이 될 턱이 없는 것이지요.

문득 박기호 신부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역사적으로 대농은 부와 권력을 지켰고, 소농은 품종을 지키고 전통과 마을 자치의 삶을 지켰다. 농축산 기업은 유전자 변형과 광우병을 가져왔지만 소농은 농토와 보호받지 못한 목숨들을 살려냈다."

박 신부는 또 "세계 지성들은 식량생산과 생태환경문제의 대안으로 역설적이게도 '소농'의 생산능력과 가치를 재평가한다."는 것입니다. 이날 발제에서도 위기의 식량안보를 위해서라도 이제까지의 관행농업에서 벗어나 친환경 대안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밖에도 로칼푸드운동을 통한 지역 먹거리체계 구축과 해묵은 과제인 유통구조 개선 그리고 남북의 상호보완적 농업공동체 실현이 제시됐습니다.

충북도는 이미 북의 황해도와 농업분야 교류협력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만. 참석한 농민들은 농업현장에서의 고충도 털어놓았습니다. 수입농산물의 둔갑으로 국내 농산물가격 폭락이라든지, 농촌지원 사업비 배분에 있어 농민의 참여없이 단체장에게 줄을 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위 상향식의 병폐라고 하더군요. 농업분야의 천문학적 예산이 눈먼 돈이라는 대목이지요.

결론입니다. "도·농간의 균형발전 없이,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의 진흥 없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농촌주민과 도시민이 상생하고 순환하는 가운데 동등한 수준에 달해야 비로소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녁 먹는 자리에 찾아와 탄소배출권 지불과 관련, 그 대가는 농민에게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에도 동의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환경보전직불제, 경관보전직불제, 친환경농업직불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합니다. 그래야 '지금이 버리고 떠날 때'라는 소태에서 왔다는 나이 지긋한 그 농민의 소매를 붙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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