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라는 도지사가 있다. 한때는 민주화운동과 반독재투쟁에 헌신하여 그 아름다운 이름이 자못 높았다. 젊어서는 머리도 명석하고 제법 판단력도 있었으며 약자와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도 잘 이해하던 청년이었다. 이 땅의 민주화운동가였던 시절 도루코 노조위원장, 전태일 기념사업회 회장, 그리고 민중당 창단위원 겸 노동위원장을 역임했던 진보주의자였다.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소형차를 직접 운전하는가 하면 겸손하고 검약한 생활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합리적이고 다정하다는 호감을 주기에도 충분했다. 그런 그의 정신과 육체에 상전이 벽해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세상만사는 모두 알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경기도지사가 된 이후에는 경기도라는 수도권(首都圈)의 신을 신사(神祀)에 모시고서 희한한 주문을 외치고 있다.

김문수 지사는 지난 7월24일 '수도권규제철폐촉구 비상결의대회'에서 선동적인 발언으로 경기도민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그 도지사의 발언에 의하면 군사시설, 상수원보호구역, 공장총량제 등으로 경기도는 이미 큰 제약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수도권이라는 규제가 가해지고 있으므로 심히 부당하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타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관점에 따라서 일리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안 그래도 수도권 중심주의에 집착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 이 문제를 가지고 강력한 압박을 했다. 지역에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김문수 경기도지사 모두 수도권에 살면서 수도권을 신봉하고, 수도권만 중요하며, 수도권이 곧 국가로 착각하는 수도권주의자다.

이러한 김문수 지사의 생각은 경기도만을 염두에 둔 수도권중심주의적 발상이다. 그들이 말하는 '형이 먼저 잘살게 되면 가난한 동생을 도와준다'라는 이 주장은 실로 황당무계하다. 잘살게 된 형은 그것이 동생을 차별하여 성취한 성공이라는 것을 잊어버린다. 왜냐하면 자신이 스스로 노력을 하여 잘살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것은 시장경제라는 경쟁의 원칙을 신봉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다.

따라서 우선 수도권을 잘살게 해야 한다든가, 수도권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거나 하는 생각은 잘사는 형이 동생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형만 더 잘살아야 하겠다는 논리다. 그 논리는 공장이나 회사가 위치하고 싶은 곳에 위치하도록 규제를 푸는 것이 자유시장주의라는 것인데 바로 그러니까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비난을 받는 것이다.

국가 전체를 보자면 역시 수도권의 집중독점과 지방의 낙후라는 절대적인 차별 해소가 더 시급하다. 김 지사가 말한 경기도 내의 낙후된 지역이 있다는 등의 문제점은 균형분산분권의 정신에 따라서 경기도 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지금도 수도권의 집중과 독점이 심각한 판에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다른 지역의 경제와 산업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김문수 지사는 자기지역만의 발전을 희구한다면 그는 대한민국보다 경기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경기도를 독립해서 경기국(京畿國)을 만들고 다른 지역과는 이별하자는 뜻과 같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대통령은 수도권 출신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원래 포항이라는 지방이 고향이지만 수십년간 수도권에서 살았기 때문에 수도권주의자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은 비수도권에서 나와야 한다. 수도권이라는 곳은 오히려 봉건 천년과 식민지를 거치면서 지배와 수탈의 기지(基地)였던 측면도 있다.

따라서 수도권은 역사에 진 빚도 갚아야 할 의무가 있으며 부당하게 집중된 권력과 경제를 다른 지역으로 분산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런 판세에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수도권의 집중독점을 강화하자는 반국가적 발상을 한 김문수씨는 그 대가를 어떻게 치르려고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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