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생각, 즈믄여섯온 일흔 넷.

세상을 조금 볼 줄 알게 된 아이에게
어머니가 여행을 제안합니다.
아이가 여행준비를 하며 감정이 들뜨자
어머니가 말합니다.

그래가지고는 아무 것도 못 본다고,
차분하게 가라앉혀 가지고 다녀오라고
그래서 그 들뜬 감정이 가라앉기까지 며칠을 보낸 뒤
아이가 길을 나섭니다.

며칠 있다가 돌아온 아이에게 어머니가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습니다.
낡은 보석함과 보석 하나,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고 아이가 말합니다.

한 사람은 그 보석함이 낡은 것을 슬퍼하며
날마다 야위어가고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고
한 사람은 그 낡은 그릇에는 관심이 없고
거기 담겨 있던 보석을 꺼내서 매만지고 닦으며
얼굴이 꽃처럼 환하게 피어 있더라고 말합니다.

어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고입니다.
애썼다고 하면서 일어난 어머니가 부엌으로 나가고
그날 저녁은 전에 없이 푸짐한 반찬으로 상이 그득했습니다.

어제 새로운 네 사람을 만났습니다.
내가 쓴 글이 인연을 맺게 해 준 두 쌍의 부부였는데
낮에 두 사람을 만났고, 해거름에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는 나른한 몸으로 돌아오는 저녁 길,
눈에 밟힌 그들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오늘 새벽 내 명상 내내 가슴에 맴돌았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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