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갑 충북도연극협회 사무처장

작년이맘때인가. 전화한통을 받고 적잖이 걱정이 앞선 적이 있다.
청소년지원센터의 프로그램 중 다문화가정 초등생들에게 연극을 알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승낙은 했지만, 과연 내가 그 아이들에게 연극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언어는 잘 통할까?…. 어쨌든 일단 승낙은 했으니 부딪혀보자!

나를 도와줄 친구와 함께 미원초등학교에 도착해 담당선생님과 이런저런 앞으로의 수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난 후 학생들을 만나러 갔다. 허걱,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은 우리와는 어딘가 모르게 언어나 피부색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편견이었다.

첫날은 자기소개와 앞으로의 수업 진행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이후로는 여러 가지 놀이와 말하기 연습 등 연극놀이와 대본의 일부를 발췌해 읽기 연습에 들어갔다. 청주에서는 어린이 뮤지컬 감상하기, 놀이공원(에버랜드) 가기 등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도 보냈다.

본격적으로 연극 공연 일정이 잡히고, 작품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학생들의 열의가 너무 높아 걱정이었다. 우선은 여러 가지 작품을 골라 돌아가면서 읽어본 후 학생들이 작품을 선택하게 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배역을 연습하고, 다른 친구들 앞에서 보여줌으로서 서로가 양보하고 부족한 부분을 알려줬다. 연극의 기본인 배려와 협력을 체득한 셈이다.

공연이 다가올수록 학생들은 초조해했고, 의상과 연기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무대도 처음 서는 것이고, 분장과 조명 등 많은 관객들 앞에서 연기한다는 사실에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공연 당일 아침 일찍부터 분장을 하고, 무대 위에서 연습을 하는 모습은 마치 일반 전문연극인들과도 같은 긴장이 흘렀다. 친구, 가족, 선생님들 앞에서 자신들이 몇 개월 동안 연습했던 것을 공연한다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실수하지 않고 자신의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자신감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공연 시작 전 관객이 입장하고, 무대 위 조명이 꺼지면서 시작을 알렸다. 무대 뒤 분장실에서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화이팅’을 외치고 공연이 시작됐다. 30분짜리 짧은 공연이었지만 학생들과 나에게는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영상이 비추어 졌을 땐 무대 위 배우들(학생들)과 관객들은 흐뭇한 미소를 보냈고, 어느새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두려움에 시작한 수업. 어느덧 공연이 끝나고 난 후 허탈함과 아쉬움, 그리고 책임감이 막연히 들었다.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내 인생에서의 ‘묘한 시간’이었다. 또, 그들의 다른 피부색이 학교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방해도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이제 우리사회 구성원이다. 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에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다양한 프로그램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좀 더 빨리, 좀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짜는 것도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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