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108배·울력·발우공양 등 나를 찾는 시간
보은 법주사 단기출가 단양 구인사 안거 유명

새벽 3시. 사미승의 낭랑한 도량석 소리에 부스스 눈을 뜨니 불과 어제까지도 머물렀던 속세의 일이 아득하다. ‘탁탁탁’ 목어가 울고, 법고의 장단이 빨라지더니 마침내 범종의 웅혼한 저음이 울려온다. 그 소리를 귀가 아닌 가슴이 듣는다.

예불에 이어 참선, 새벽 숲 명상을 마치고 발우공양. 김치 한 조각과 숭늉으로 바리때(그릇)를 닦아 그 물마저 마시고 나니 비로소 수행의 길에 들어섰음을 실감한다. 고개를 들어 처음으로 시간을 보니 그제야 오전 6시30분이다. 단기출가자가 절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하루의 시작이다.


▲ 가부좌를 틀고 참선 삼매에 들면 어제 떠나온 속세가 너무 멀기만 하다. 사진은 법주사 템플스테이 중 참선 장면과 오리숲 3보1배.
템플스테이(Temple stay), 말 그대로 절에서 머무른다는 얘기지만 절집의 하루를 그것도 선방 수행자의 일상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그렇게 녹록한 일이 아니다. 최소한의 말을 해야 하고 때로는 아예 묵언 수행을 하기도 한다. 낮에는 짬을 내 농사나 청소 등을 하는 울력에도 참여해야 한다. 참선과 108배는 수행의 기본이다.

템플스테이에 다녀오는 사람의 숫자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말 그대로 템플스테이가 범 대중적인 ‘웰빙체험’으로 각광받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개최 당시 한국을 소개하기 위해 도입한 템플스테이는 2004년 3만6902명으로 참가자가 급증했고, 2005년 5만1561명, 2006년 7만914명 등 매년 40% 이상씩 참가자가 늘었다. 지난해에는 무려 8만1652명이 템플스테이를 찾았다. 불교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도 많이 찾아온 덕분이다.

사찰에 따라 다양한 생태·문화체험도

충북에서는 조계종 교구본사인 보은 법주사와 천태종 총본산인 단양 구인사의 템플스테이가 유명하다. 구인사는 스님과 신도가 함께 정진하는 안거(安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찰의 안거는 겨울의 동안거와 여름의 하안거가 있는데, 약 60일에 이르는 이 기간에는 사찰의 종무를 축소하고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하게 된다.

법주사는 여름에 청소년에서부터 일반인, 가족단위 참가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수련회를 열고 있다. 올해도 7월21일~23일 초등부 수련회(100명)를 시작으로, 가족수련회(7월25~27일·70 명), 일반부 1차 수련회(7월31일~8월3일·50명)를 진행했으며, 일반부 2차 수련회(8월7일~10일·50 명)를 진행할 계획이다.

법주사 수련대회 연복흠 집행위원장은 “법주사 템플스테이는 속리산이라는 천혜의 조건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특권을 누릴 수 있다”며 “대표적인 것으로 ‘계곡 명상’과 ‘오리숲 3보1배’, 황토염색 체험 등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도량 안쪽 계곡에서의 명상은 법주사 수련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계곡에서의 명상과 맨발 걷기, 그리고 간식으로 수박을 먹으며 나누는 스님과의 차담(茶啖)은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오리숲 3보1배는 속리산 입구에서 법주사까지의 숲길에서 이뤄진다. 울창한 숲은 하늘이 보이지 않아 동굴을 연상케 하는데 법주사는 산중에 있으면서도 평지 지형이라 3보1배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올봄에 황톳길까지 조성했다.

연복흠 위원장은 “바람소리, 물소리에 마음을 열 수 있다면,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고 명상과 참선을 통해 참된 ‘나’를 찾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가능하다. 타인을 이해하고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휴가로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묵언 통한 심신의 휴식 너무 행복해
12년째 템플스테이 참여하는 교회집사 Q씨

청주 모 교회 집사인 Q씨는 1996년부터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년에 2번은 산문(山門)에 든다. 템플스테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전국 유명사찰의 여름·겨울수련회를 다니기 시작한 것.

Q씨는 “1990년대 중반 법주사에서 매주 금요일 1박2일 과정으로 개최하던 유마경 강의에 몇 년 동안 다닌 것이 불교와 인연이 됐다. 미안한 얘기지만 템플스테이는 가장 적은 시간 투자와 가장 완벽한 심신의 휴식을 얻을 수 있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Q씨는 전남 순천 송광사와 경남 합천 해인사를 최고의 템플스테이 장소로 추천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묵언의 원칙이 가장 철저하기 때문”이다. 유 위원은 “평소 말을 많이 하고 남의 말도 많이 들어야하는데 절에 있는 동안은 철저히 묵언을 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강제로라도 침묵하기 위해서 절을 찾는 것이다. 마음의 안정과 평화는 템플스테이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이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잠시 끊으며 각박한 세상 속에서 지친 마음을 휴식에 들게 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 Q&A

Q. 참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대부분의 사찰에서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예약은 템플스테이 홈페이지(www.templestay.com)를 통해 가능한 일정을 확인하면 된다. 사전예약이 필수. 단체참가의 경우에는 일정조정이 가능하다.

Q. 준비물은 무엇인가
A.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참가자에게 수련복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를 위한 수련복을 제공하지 않는 사찰도 있으니 아이들을 위한 편한 옷을 준비해야 한다. 사찰에서는 수건을 제공하지 않는다. 세면도구도 각자 준비해야 한다.

Q. 참가비는 얼마 정도인가
A. 1박2일 성인기준으로 해서 3만원에서 5만 원 정도의 비용이다. 여기에는 숙식비와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한 제반경비가 포함돼 있다. 단 해당 사찰에 따라 프로그램별, 대상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Q. 종교가 다른 경우에도 예불에 참가해야 하나
A. 절을 하기가 부담스러우면 사찰과 상의를 해서 법당에 들어간 뒤에 조용히 앉아있기만 해도 된다. 새로운 문화체험이라고 생각하고 예불의식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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