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종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방학이다. 아이들 방학을 하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둘 다 직업이 있는 부부에게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혼자 있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또한 불안감에 안전한(?) 학원을 평소보다 더 돌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원 때문에 오래도 아닌 일주일 정도 외가나 친가로 보낸다.

아이는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불안한 문 밖을 나가기 싫어서인지 휴가철에 멀리 가는 것을 싫어할 때가 있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커서 함께 가기 싫어하기도 한다. 요즈음 애들은 사춘기가 빠르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도 부모와 같이 여행을 가지 않으려 한다는 생각으로 쫓기 듯 아이들과 함께 하는 휴가를 한다. 또 한편 방학 중 거창한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기죽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계획하며 일 년에 한번인데 후하게 한번 쓰지 하곤 한다.

예전엔 휴가를 처가와 친가에서 반반씩 지냈는데 몇 년 전부터는 휴가를 방학 중 혼자 있는 아이를 생각해서 따로 휴가를 받았다. 이번에는 먼저 아내가 장마철 밀린 집안일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그랬더니 둘째 아이가 “행복한 일주일”이라고 휴가평을 했다.

지난 금요일 저녁 내심 갈 곳을 마음에 담고 있다가 다음 날 아침 가자고 했다. 아내와 큰아이 일정이 있어 결국 오후에 출발했다. 둘째 아이가 심통이 났다. 혼자 있고 싶어서 인지, 집 밖을 나가기 싫어서 인지 “왜 묻지도 않고 맘대로 정하냐고” 따졌다. 달래서 떠났다.

두 시간 반 남짓 차로 도착한 곳은 제천에 있는 오미리라는 마을이었다. 처가 큰아버지님을 뵙고 인사드리고 쉼을 생각 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이상으로 많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었다.

몇 일간 비가 계속 내려서 집 뜰서도 몸집이 커진 맑은 냇가 물소리가 야외 스피커에서 울리는 음악소리 같았으며 저녁에는 고라니가 외지 방문객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해 깜깜한 곳에서 훔쳐보는 것을 서로 놀라 순간 가슴 철렁하기도 했지만 물소리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소리가 커 더 조용한 사색을 하게하고 잠시 딴 생각도 산이 얼음을 녹여 흘러 보내는 냇물에 발을 담그면 금새 마을로 돌아온다.

휴가에 앞으로 전진 하는 가속에너지를 구하고 추억거리를 비싸게 사는 것보다는 잃어버렸던 느림을 찾고 나와 가족이 평소 잊고 지냈던 에너지, 또 하나의 가족을 찾아 떠나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큰아버님은 “물 흐르는 게 참 재미있어”라고 말씀하셨다. 내년에는 미처 눈여겨보지 못한 재미있는 물을 아이들과 함께 느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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