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신입생 환영회 등의 명목으로 대학가 주변 술집 대부분이 늦은 밤까지 학생들로 붐비고 있어 만취로 인한 폭력사건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잠재능력 개발’과 ‘이상’위한 학교생활 설계해야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신입생 환영회, MT, 동아리 모임,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가 잇달아 열리는 대학가의 3월.
이들 행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신고식」 등 명목을 내세운 술자리에서 대학 신입생들에 대한 음주 강요가 이루어지고 이로 인한 사건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등 대학가의 그릇된 음주 문화가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입학 전 충북대 등 도내 각 대학은 ‘대학생활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가’ 등의 주제로 대학생활 안내나 동아리 안내, 선후배간의 친목도모를 위해 학교마다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했다.
청주대는 희망자에 한해 1박2일 일정으로 청천 보람원으로 2천 여명이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고, 충북대는 신입생과 재학생 4천 여명이 충주 하일라 콘도, 보은 서당골 청소년 수련마을로, 그리고 서원대는 1천7백 여명이 양평과 속리산 유스호스텔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마쳤다.
그러나 이들 각 대학의 오리엔테이션에서는 학교생활에 대한 선배들의 충고나 조언, 미래에 대한 설계는 형식적이었고, 수 백만원을 들여 연예인을 초청하거나 교내 록밴드, 동아리공연 등 오락성 프로그램으로 진행됐으며 「후배교육」이란 명목으로 마련된 술판이 새벽까지 이어지는 등 구시대 음주문화가 여전히 성행,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신입생은 “대학생활에 대한 설명회 등이 열렸으나 이는 형식적 이었고 행사를 마친 후에는 과별로 모여 으례 술판이 벌어졌다”며 “술 마시고 노는데 있어서 타 과에지지 않으려 애쓰는 선배들의 도움(?)으로 술판은 시간이 갈수록 엉망이 되어갔다”고 말했다. 주량도 제대로 모르고 선배들이 주는 술을 마지못해 받아먹은 신입생들 사이에는 과다한 음주로 인해 울고있는 여대생도 보였고, 소주와 맥주를 섞어 속칭 ‘소맥’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잘못된 음주문화인 ‘폭탄주’문화를 악습하며 밤새도록 술 마시기 게임 등을 하면서 고성이 오갔고 일부 학생들간의 주먹다툼이 일어나는가 하면 술에 취해 건물에서 뛰어내려 다리에 골절상을 입는 등 도내 각 대학의 오리엔테이션은 사건 사고로 얼룩졌다.

무리한 음주·구보가 사망불러

지난 4일 충북과학대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중 김모군(19·대전시 대덕구)이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학교 학생 3백 5십명과 교수 등이 참가한 이 대학의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오후 7시부터 밤 11시경까지 합동으로 레크레이션을 실시한 다음 그 이후에는 과별로 행사를 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28명의 전기에너지시스템과 학생 중 몸이 불편한 김군 등 2명을 제외한 26명이 구보에 나섰다. 구보를 마친 학생들이 열외 됐던 김군 등과 함께 정문에서 후문으로 구보 이동중 갑자기 김군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김군은 5일 새벽 0시30분쯤 숨졌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심장판막증 수술을 받은 적이 있던 김군은 이날 구보 전 술을 마셨다는 학생들의 진술에 따라 김군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무리하게 구보를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대학가 주변 ‘신고식’ 음주문화

요즘 신입생들의 환영식이 열리고 있는 대학가 주변의 술집들은 ‘호경기’를 맞고 있다.
충북대 등 도내 각 대학의 신입생들에 따르면 입학 후에도 학과 또는 동아리 환영식등에서의 의무적 음주강요는 계속됐다. 소주 사발식 등 구시대 의식(?)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출신고교나 과 선배들의 권유로 마지못해 술을 마시고 쓰러지거나 귀가 후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가는 일 또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주대 인문대 새내기인 김모양(19)은 “신입생 환영회는 한마디로 술잔치 였다. ‘후배교육’이란 명목으로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고 고성 또한 난무했다. 선배들과의 정겨운 담소나 낭만 등 입학 전 동경했던 대학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대학생활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생활, 자아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일부 대학 신입생들은 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술에 찌들어 학기 초 학교생활을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폭음을 하여 며칠 간 학교에 나오지도 못하는 신입생이 있는가 하면 거의 매일같이 술을 먹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귀가하는 신입생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와같은 대학생들의 지나친 폭음은 학습능력저하, 경제적 비용손실뿐 아니라 사고나 폭력에 휩싸이게 되고, 개인의 건강저하 등을 가져오는 등 많은 부분에서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친다. 동료 및 선후배간의 관계가 매우 중요시되는 대학 생활에서 서로의 친목을 위해 술은 필요 할 수도 있으나 지나친 폭음은 자신을 위해서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대학 내 음주문화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경향이 있다. 이제 대학 내 올바른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대학 차원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사회활동으로 대체하는 등 대학이 학생들의 건전한 문화생활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원대학교의 한 교수는 “신입생들은 사회의 일원으로 그리고 이제 한층 성숙된 성인으로서 더 큰 이상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잠재능력개발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며 “대학생활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고 또 자신의 미래를 위한 장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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