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략난감'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습니다. 대략(大略)이라는 말은 "촛불집회에 대략 10만의 시민이 운집했다"고 표현할 때처럼 어림잡은 숫자를 가리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대강대강 대충대충 일이 진행되는 경우에 쓰이는데 여기에 난감(難堪)이 더해져 '딱히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딱한 상황'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쓰이는 줄 압니다.

대략난감이라는 표현이 올바른 우리말 어법에는 맞지 않는다지만, 그냥 난감하다는 것과 대략난감이라는 표현이 주는 뉘앙스는 이심전심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급속히 퍼져나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최근 제가 그렇습니다. 얼마전 '청원시 승격 추진위원회' 임원이라는 몇분 어르신들이 찾아오셔서 두고 가셨다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에 대한 반박 성명서'를 나중에 보고나서 참, 대략난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만 A4 석장에 달하는 장황한 글의 말미에 적시된 3가지 요구사항은 이렇습니다.

첫째, 청원군과 청주시민 간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청주·청원 재통합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 둘째, 2년전 주민투표로 결정된 통합반대 결과를 존중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라. 셋째, 일부 통합론자들의 주장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청원군민들의 정신적 손해를 즉각 보상하라. 그리고 끝으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15만 청원군민은 모든 방법을 동원, 중단없는 투쟁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회원들의 '청원 땅 못 밟기 운동'을 전개할 것을 분명하게 약속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재통합 주장이 이해상관에 따라서 갈등까지는 아니지만 못마땅 할 수는 있을 것이며 소모적 논쟁이라는 생각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만 청원군민들의 정신적 피해를 즉각 보상하라는 대목에 이르면 문득 어디서 많이 귀에 익은 얘기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광우병 PD수첩'이나 '촛불집회 손해배상청구'와 같은 것이지요.

마지막 준엄한 어조로 못을 박는 말씀, '청원 땅 못 밟기 운동'을 약속한다는 대목에 이르면 피식 웃음이 피어납니다. 언제 우리가 약속을 해 달라고 했던가요. 어느 분이 성명서를 작성하셨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못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런 생각이 누구의 속내인지 굳이 따질 필요도 없겠지요. 설마하니 이렇게 개그 대본 같은 글을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작성하셨을리가 있겠습니까. 노인어른들을 앞장세운 처사가 속보이는 것이기는 하지만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여기고 대응치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신문에 다 보도가 돼서 대략난감입니다. 왜냐하면 청주시민신문에 '올 여름 피서는 청주근교에서 자연과 함께' 보내자며 청주와 인접한 산줄기, 물줄기-청원군을 찾아가자고 부추기는 글을 썼기 때문입니다.

원고는 성명서보다 먼저 제출했지만 발간은 나중에 된 청주시민신문을 보고 어떤 싱거운 사람들은 "청원군지역으로 피서 갔다가 쫓겨나거나 보상요구라도 당하면 어쩌냐"는 농담을 걸어오기도 하고, 그럼 청원군은 운운하는 코미디 같은 말씀도 합니다. 대개의 경우 농담이지만 개중에는 흥분된 목소리를 내놓는 사람도 있어 정말 이러다가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만, 에이∼! 이런 코미디에 누가 하면서도 대략난감하기는 합니다. 대략난감하기는 관상대도 마찬가지일텐데 요즘 날씨가 더위 먹기 십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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