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남자도 화장(化粧)을 한다지만 본래 얼굴을 곱게 단장하는 화장품은 여성전용이었다. 요즘처럼 풍족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여성이라고 해서 누구나 다 화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상류층 여성이거나 접객(接客)에 종사하는 여성이 고작이었다. 예외가 있기는 하다. 

배우가 작품 속의 어떤 인물 모습으로 차림새를 꾸미는 분장(扮裝)을 할 때나 TV방송에 출연하려면 얼굴 화장, 즉 분장을 한다. 화장이 얼굴을 곱게 단장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인데 비해 분장은 얼굴뿐만 아니라 차림새 등 모양을 꾸미는 것이다. 꾸민다는 의미를 가진 말 가운데 탐정소설 같은 데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변장(變裝)은 옷차림이나 모습을 다르게 꾸미는 것이다.

가장(假裝), 즉 거짓으로 얼굴과 차림새를 꾸며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저의가 숨어있는 것이다. 더 심하게는 속임 장치까지 동원되어 거짓으로 꾸미는 위장(僞裝)도 있다. 화장이 얼굴을 곱게 하는 것이고 분장의 목적이 인물의 특성을 나타내려는 의도라면 변장이나 위장은 거짓으로 속이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지역발전정책 추진전략 보고회의 겸 제1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열고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방안 등 지방경쟁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다음 정우택 충북도지사는 기자들에게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달라는 충청권 주민들의 기대와 달리 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추진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없었다.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중부내륙첨단산업관광벨트 추가 설정"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는 전국을 'ㅁ字'로 개발하는 초광역개발권역에 충북만 제외된데 대한 대안이며 불만의 표시라 생각된다. 더욱 충청권 대선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공모를 통해 지역선정을 한다는데 이르면 배신감마저 드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이 "충북홀대에 실망"을 드러낸데 반해 한나라당은 "대안없는 비판"이라며 충북발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란다. 무엇이 충북발전의 계기인지도 참 생뚱맞은 소리지만 한나라당이 대안을 내놓거나 대안을 구하는 노력이라도 해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발표된 지역발전정책이 본래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강조하고는 있지만 몇가지 분명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분명히 달라진 것도 있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자족기능 확충이라는 미명아래 대학·첨단기업 등을 유치하려는 것은 또 하나의 기업도시로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말이 좋아 보완이지 행복도시 건설 예산을 절반이나 깎는 것은 다른 속셈이 있어 그러는 것 아닌가.

겉으로는 계획대로 한다고 가장하고 속셈은 딴데 있는 것 아닌지. 공기업 민영화를 혁신도시 사업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은 혁신도시를 위해 지역민들에게 공기업 민영화를 일방적으로 찬성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역의 강한 반발로 혁신도시, 행복도시 등을 원안대로 추진할 것이라지만 수도권규제완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을 강조하는 듯하지만 실제는 수도권규제를 완화하려는 위장전술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지역발전정책 추진을 호언하기에 앞서 수도권규제완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위장의 탈을 쓰고 국민을 속이려 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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