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수 청주시장은 지난 4월 ‘직지의 세계화 청주의 세계화 전략’ 최종 보고회 석상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민생 말고는 직지사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며 직지의 세계화 전략 추진에 무게를 두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말은 시정의 첫째는 민생이요, 둘째는 직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기초 위에 한 시장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현재 청주시 산남 3지구 택지개발구역 내에 위치한 ‘원흥이 방죽, 원흥사 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어제(15일) 밤에는 원흥이 방죽 느티나무 아래에서 원흥이 지키기 서명 3만명 돌파를 기념하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느티나무 아래를 가득 메운 남녀노소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그들 소시민이 원하는 것은 자신과 후손을 위해 자연생태환경을 보전해 주기를 바라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절실한 것이었다. 바로 한 시장이 최우선으로 하는 민생의 초보적 요구이다.

또 민생 다음으로 중요시하는 직지와 관련하여 보더라도 원흥사가 있었던 것으로 확실시 되는 이 지역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발굴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유적지가 밝혀지고 있으며, 한 시장은 추가발굴을 약속한 바 있다. 만약 이 일대를 철저히 발굴 조사하여 원흥사 터를 찾아내지 못하고 건물이 들어서 버리면 원흥사는 미궁에 빠져버리고 ‘흥덕사의 금속활자본 직지’와 ‘원흥사의 목판본 금강경’과의 관련 등에 대한 연구는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지난 6월 직지포럼이 주최한 ‘원흥사와 흥덕사 - 목판과 금속활자’ 세미나에서는 바로 이러한 점을 강력히 지적한 것이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운천동 택지개발 당시 흥덕사 터를 찾았을 때, 10만평을 확보하자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작 1만여평 정도에 그침으로써 고인쇄박물관 확장과 직지체험캠프 조성 등 모든 것이 가로막혀버리고 말았다. 참으로 후회막급이다. 전후사정이 이러함에도 또다시 흥덕사 터에서의 어리석음을 원흥사 터에서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결론은 자명해졌다. 청주시 산남 3지구는 현재까지 진행된 택지개발을 전면 중단하고 생태문화공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혹자는 공원 하나 만들기 위해 1천억원이 넘게 보상비가 들어간 33만평 개발을 포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낭비냐고 다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산남 3지구는 도심 속의 녹지공간으로서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쉽사리 이와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보물이다. 누구든 한번쯤 둘러보면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올 것이다. 자연생태환경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유적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원흥이 마을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산림을 보존하면서 철거된 마을과 농경지를 잘 가꿔서 대단위 공원으로 조성하면 어떻게 될까?

이제 막 원흥이 방죽이 알려진 상태에서도 유치원 유아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각급 학교 학생들의 탐방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일반 시민들도 도심 속에서 고향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하물며 자연생태공원으로 잘 가꾸게 되면, 전국각지에서 탐방인파가 줄을 이을 것이다. 두꺼비와 반딧불과 온갖 야생화와 날짐승을 보기 위해 사철따라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며, 드넓은 대공원에서 세계적 규모의 이벤트가 끊이지 않고 열리는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지난 94년의 지표조사 때, 99년 12월 원흥사의 존재가 알려졌을 때는 아무런 말이 없다가 왜 이제야 이 난리를 치느냐고. 옳은 지적이다. 택지개발을 하기 전에 문제를 삼았어야 옳다. 그러나 그때는 시민들이 잘 몰랐다. 또 설혹 이처럼 좋은 땅이 있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어쩌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금년 봄, 원흥이 방죽이 두꺼비의 최후의 안식처가 되고 있음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상당부분 진행된 대단위 개발사업을 중도에 뒤집는다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고 어려운 일인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원흥사 터, 원흥이 방죽, 원흥이 마을은 아무리 어려움이 크더라도 보전해야 할만한 가치가 있는 땅이다.

청주시가 이 땅을 시민에게 돌려주면 이 시대를 이끌어 나간 지도자의 치적은 청사에 길이 빛날 것이며, 청주시의 성공사례를 배우러 전 세계 자치단체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