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선 충주대 교수

최근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 민족은 오랜 기간 단일민족의 개념으로 살아왔지만 지금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치가 공존하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국적, 민족, 피부색, 풍속 등이 다양한 지구촌 이웃들을 우리나라에 맞아들여 우리 국민의 한 일원이 되었다.

이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각국에서 유입되어 온 이민자들이다. 그들은 이제 우리 국민이 되어 우리와 함께 공존하며 화합해야 하는 현실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결혼이민자들은 자녀를 갖게 되면서 언어, 요리, 자녀교육 등 생활방식에서 그들 모국과는 상당히 다른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고 어떻게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가의 여부가 주요 관심사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의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으로부터 출발하는 문화 동화주의는 많은 실패를 산출하기도 하였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이민한 2세대들이 학령기를 맞아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우리의 교육을 받고 있다. 일선 각 학교에서는 아무 준비 없이 이들을 맞아 우리 어린이들과 같이 교육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민자인 부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어린이들은 언어나 관습 등 문화적 충돌을 적잖이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 아래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거나 다른 관습과 피부색 등으로 한국 학생들과의 조화에 어려움을 겪게 되어 학교 부적응 학생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에 놓여 있다.

이주노동자들 자녀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한 사회적 양상을 드러내 주기도 한다. 자국에서 태어나 언어 문화교육을 받다가 갑자기 다른 언어 문화권에 편입되어 왔으나 아직 준비되지 않은 우리 교육현실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로는 부모들의 이혼과 사망 등으로 가정이 해체되어 그 자녀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으로까지 벌어지면서 이제는 우리가 풀어 가야 할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이제는 제도권 내의 학교교육에서도 우리사회가 처한 이러한 다문화주의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고 적절히 수용하여 교수 학습개발 및 지원에 대한 다양한 논리개발과 교육적 적용의 시도를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현재는 초등교육과정의 다문화가정 학생들 학업성취도의 취약함이라든지 학교생활 부적응 문제가 두드러지지만, 그들이 곧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시기가 되면 전공별 수업 담당교사가 달라지고 중등교육과정의 심화학습을 따라가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암시해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담임교사가 교과목을 전담하는 초등학교에서 학교생활 적응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특별지도를 한다든지, 지역사회에서 언어교육 및 보충학습을 통해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언어적응을 위해 지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 복지센터나 코시안의 집 등에서는 언어교육 뿐 만아니라, 베트남, 중국, 러시아, 필리핀 등의 춤이나 음악, 의상, 요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를 동시에 체험하게 해주면서 자아존중감을 키워줄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에는 일반인들도 참여하도록 하여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마음을 배양시켜 줄 수 있도록 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타자에 대한 존중감과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은 국제화 세계화의 시대에 우리 한국의 문화 신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20~30년 먼저 이민정책을 썼던 호주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이민 2세들이 청장년이 되면서 주류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변방자가 됨으로써 많은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늦은 감이 있지만 제도권 내에서 문화 다양성을 수용하는 다문화주의 정책과 교육을 제도화하여 소수이민자들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배려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상호 이해와 존중감을 통하여 다양한 문화가 한국문화와 함께 융합하고 꽃필 수 있도록 구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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