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 조형물에 가스 연결 365일 타오른다
정춘수 동상 좌대 철거, 만세운동 ‘부조’도

청주시 상당구 수동 3·1공원 내 정춘수 동상 자리에 3? 만세 운동의 상징인 횃불 조형물이 세워진다. 또 이 조형물에는 가스시설이 설치돼 365일 불꽃이 타오르게 된다. 이는 미국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존.F 케네디 묘소의 ‘꺼지지 않는 불’을 연상케 하는 것.

또 충북 출신 민족대표 5인의 동상 뒤에는 3·1만세운동을 형상화한 대형 화강석 부조(浮彫·돋을새김 기법) 벽화가 들어선다. 이는 3·1운동의 공(功)을 민족대표에게 한정시키기 보다는 민초들에게 돌려야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07년 12월 6일 민간 중심의 ‘3·1공원 재정비 추진위원회(위원장 강태재)’를 출범시킨 청주시는 7월18일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회를 갖고 친일 행적 논란으로 시민단체들에 의해 강제 철거됐던 정춘수 동상이 있던 자리에 높이 4m, 폭 3m 크기의 횃불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열들의 희생을 꺼지지 않는 횃불처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를 표현하는 대형 횃불 조형물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청주시는 또 민족 대표 33인 가운데 충북 출신인 손병희 선생 등 5명의 동상이 나란히 서 있는 배후에 3·1 만세운동을 생생하게 부조한 폭 35m, 높이 4m의 화강석 벽화를 만들기로 했다. 이 벽화 중앙에는 바람에 휘날리는 형상으로 곡선미를 살린 높이 4m, 폭 9m 크기의 대형 태극기 화강석 부조도 설치된다.

시는 현재의 3·1공원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태극기 조형물과 부조벽화를 반원형의 구조물로 설치하는 한편 동상배치와 어울리도록 원형형태의 계단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동상 앞쪽 광장은 단 없이 조성해 행사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독립선언문비도 녹지대 내 설치할 예정이다.

한때 친일행적비석 유력하게 논의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명이었으나 기미독립선언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비행기 헌금, 교회재산 헌납운동 등 각종 친일행각을 벌였던 정춘수의 동상은 1996년 2월8일 충북사회민주단체연대회의 관계자들에 의해 일장기가 둘러진 채 밧줄에 감겨 철거된 뒤 12년 동안 좌대만 남은 채로 보존돼 왔다.

이 자리에 실제로 가스불이 타오르는 횃불 조형물 설치가 결정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논란의 과정이 있었다. 처참하게 부서진 동상 잔해를 다시 전시해 민족반역에 대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친일행각을 낱낱이 알려주는 안내판을 세우자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

이 과정 속에서 일부 개인들에 의해 동상을 복원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2005년 여름에는 청원군에 있는 좋은감리교회가 “친일행위도 했으나 공적도 기억해야 한다”며 정 목사를 포함해 반일운동 참여 경력이 있는 감리교 목사 3명의 흉상 제막식을 강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가장 설득력을 얻었던 것은 흉물스럽게 남은 좌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친일행적비석을 세우자는 광복회, 33인 유족회 등의 주장이었다. 광복회 충북지부(지부장 오상근)는 2007년 3월 서울에서 33인 유족회의 주관으로 학술회를 열고 사학교수들에게 정춘수 비석에 들어갈 비문까지 의뢰하는 등 이를 추진해 왔다.

광복회 충북지부의 논리는 “정춘수의 경우는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기록이 남아있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독립운동 공적과 함께 친일로 변질한 내용, 그로인해 시민단체들에게 강제 철거된 경위 등을 모두 기록한 비석을 만들어 후손들이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3·1운동 성과 민족대표 것만 아니다
철거된 정춘수 동상에 대한 후처리가 비석건립에서 횃불 조형물과 부조 건립으로 선회한 것은 2007년 8월30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토론회 결과에 따른 것이다. 3·1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민족대표 33인의 기미독립선언에 국한시키기보다는 대대적인 민중의 참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 이를 바탕으로 몇 차례 더 토론을 거쳐 2007년 12월 위원회가 결성됐고 위원회의 활동 결과 횃불 조형물과 부조 건립이라는 결정에 이르렀다.

3·1공원 재정비 추진위원회 송재봉 실무간사는 “정춘수 동상이 있던 자리에 그의 양면성을 조명하는 비석을 세우기보다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횃불 조형물을 만드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충북지역은 특히 3·1운동 당시 문의와 미원 등에서 전국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횃불시위를 벌인 것이 특징”이라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민초들이 등장하는 대규모 부조도 같은 취지에서 만드는 것이다.

송 간사는 “횃불 조형물에 가스를 연결하는 기술적인 문제는 더 검토해봐야 할 사항이고 특히 부조 벽화는 예술성과 상징성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도록 공모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도안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시 관계자도 “벽화 내용은 도내 3·1운동에 대한 역사학자의 논문을 토대로 전국 공모 또는 작가 선정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늦어도 내년 말까지 3·1공원 정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1공원 정비에는 시비 5억원과 국가보훈처 지원금 1억5000만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한편 청주 3·1공원은 1980년 충북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898㎡ 규모로 준공됐으며, 당초에는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충북 출신 6인(손병희, 권동진, 신홍식, 권병덕, 신석구, 정춘수)의 동상이 건립됐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