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소설가 홍구범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더구나 문학사에서도 홍구범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홍구범은 충북 중원군 신니면 원평리에서 태어나 1950년 8월 13일 보안서원에게 끌려간 후 현재까지 생사불명인 작가이다. 김동리, 조연현, 모윤숙과 함께 문예지 ≪문예≫를 창간하고, 청년문학가협회회원으로 활동하였으며, <민중일보> 기자를 역임하기도 하였다.

홍구범은 1947년 5월 ≪백민≫ 8호에 소설 「봄이 오면」으로 등단하여 소설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등단 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여준 홍구범은 1949년에는 화제작 제조기로 명성을 얻었고, 1950년대 후반에는 그의 수필 「작가일기」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였다.

홍구범을 세상에 알린 것은 1990년 후반이다. 충북작가회의에서는 홍구범 문학제를 개최해 홍구범의 생애와 작품을 연구했다. 그의 생가인 충북 중원군 신니면 원평리를 답사하고 그의 유족(아들 홍수영씨는 현재 신니면에 살고 있음)을 만났다.

그 후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2007년 ‘제2회 홍구범 문학제’가 그의 고향인 신니면과 소설「창고근처 사람들」의 배경지인 주덕읍에서 열렸다. 또 청주대학교 권희돈 교수는 그해 홍구범의 소설들을 발굴해 소설집 『창고근처 사람들』(푸른사상)을 발간했다.

또한 권희돈 청주대 교수가 올 12월 『홍구범 전집』 발간을 준비중이다. 권희돈 교수는 “홍구범은 김동리 소설가와 친하게 지내며 그에게 소설을 배웠다. 그러나 홍구범의 소설은 김동리의 소설과는 달랐다. 그리고 김동리를 넘어섰다. 홍구범 소설은 리얼리즘적 측면이 강하다.

그의 소설은 민중계급, 무산자계급이 주인공이다. 리얼리즘의 초기단계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홍구범의 소설은 그런 리얼리즘의 초기 단계와 다음 단계인 비판적 리얼리즘의 성격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리얼리즘적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탄탄한 플롯을 지니고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의 소설은 상당한 미적 깊이가 있는데, 거의 전 작품에 패러독스(역설)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 소설가 홍구범
또한 그의 소설은 경험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 많다. 홍구범 소설의 배경은 고의 고향인 농촌과 도시로 구분되는데 특이한 사실은 농촌, 도시 구분할 것 없이 민중계급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홍구범 소설의 리얼리즘적 특성은 그가 생사불명이 된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1950년 홍구범은 서울 회화동 로터리 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완서원이 찾아와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 하라고 하여 강제 가입을 하였다. 그리고 3일 후 다시 붙잡아 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조일현이 찾아와 피난 갈 것을 권했으나 홍구범은 ‘내 비록 우익 문학을 했지만 내 작품은 리얼리즘 작품이기 때문에 잡혀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권교수는 “홍구범 소설의 특징을 바로 홍구범의 특수한 상황에서 찾는다. 홍구범의 경우 그가 활동하던 곳은 우익단체인 청년문학가협회였고 그 단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은 리얼리즘적 현실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940년대 후반 신인작가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으며 당연히 현 문학사에서 그의 존재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권희돈 교수는 “십 여 년 홍구범의 자료를 수집하면서 그의 작품이 많이 소실되어 작품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홍구범전집」은 그동안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단편소설, 콩트, 시나리오, 수필, 평론 그리고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된 장편소설 「길은 멀다」 2회분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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