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에 “직장폐쇄” 배수진
노조 22.45% 사측 11.6% 인상안 현격한 차이

LG화학 정식품 한국네슬레 등 청주산업단지내 화학섬유 부문 3개 회사가 파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상위단체로 민주노총에 각기 가입해 있는 3사 노조는 10일 오전 11시 LG화학청주공장에서 200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11일 네슬레 공장에서의 공동연대집회를 계기로 3사 노동자들이 단결, 부당노동행위 등을 하는 회사측에 대해 연대투쟁에 나설 것”을 밝혔다.

특히 이들은 “LG화학의 경우 노조를 지배하려는 개입행위가 벌어지고 불법적인 대체근로를 시행하는 등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회사측에서는 노조에 대한 적대적 시각을 버리고 성실히 교섭에 임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LG화학은 지난 5월15일부터 7월 10일까지 10차례에 걸쳐 노사양측간에 임단협이 진행돼 왔으나 노사간 의견차가 워낙 현격해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이에따라 노조는 지난 5일부터 청주공장을 비롯한 모든 사업장에서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노사양측은 8일 9차 임단협에 이어 10일 10차 임단협을 잇따라 진행했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그 이후론 협상채널이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협상채널 사실상 단절

하이닉스 반도체를 제외하고 도내 최대 사업장인 LG화학 청주공장이 이처럼 장기 파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자 주위의 잇딴 우려와 함께 이 사태가 몰고 올 향후의 불가측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LG화학은 파업의 영향으로 하루 매출액만 평균 100억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열흘이 넘는 파업으로 총 1000억원대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LG화학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노사갈등의 양상이 과격화할 우려마저 띠고 있다”며 “특히 파업에 따른 급속한 재고분 소진으로 LG화학 제품을 사용하는 거래업체들에게까지 연쇄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이들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선택으로 직장을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충격파가 일고있다.

도대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극한으로 치닫는 LG화학의 노사갈등 사태는 어디에 그 연원을 두고 있는지 양측의 입장을 정리해 봤다.

“경영흑자 임금에 반영해야”

조합본부가 울산에 있는 LG화학 노조는 지난해 4500억원이 넘는 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흑자를 회사가 냈는데, 이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결과인 만큼 기본급을 15.84% 인상하고 근속 및 가족 수당 등 각종 수당은 기본급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하계 휴가비의 신설도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내용을 종합할 경우 22.4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LG화학이 동종업계내 타사보다 10%이상 높은 임금과 초일류의 복지후생을 보장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노조가 과다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회사에서는 기본급 9.6%인상에 노조의 주장대로 수당을 기본급화 하는 대신 평균 인상률을 2%로 책정, 총 11.6% 인상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협상결렬에 이어 파업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측은 “지난해 대규모의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연말에 450%씩의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이는 800%의 정규 상여금 이외에 추가 지급된 것으로, 경영의 흑자분은 이미 임금보전형식으로 반영됐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 1/4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했지만 2/4분기 들어서 면서는 경기침체와 시장의 불투명성으로 향후 경영상황을 점치기 힘든 위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데도 노조가 지난해 성과를 이유로 20%가 넘는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회사에서는 지난해에도 9.9%가 넘는 임금을 인상했다”고 맞받았다.

“노조가 지나친 요구한다”

그러나 노조는 “고졸 14년차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이 대졸 4년차 임금에도 못미치는 잘못된 임금구조는 개선돼야 하며, 아울러 사상최대의 흑자를 낸 상황에서 임금인상 기대 심리를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그런데도 회사측에서는 조합원들에게 파업불참의 종용은 물론 신분상 불이익을 운운하며 협박까지하는 등 노조탄압의 기도를 노골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회사는 항상 교섭 창구를 열어놓고 협상에 성실히 나서고 있다”며 “더구나 생산직과 사무직의 임금 구조 역시 대졸초임과 생산직 2년 차가 거의 동일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같은 나이의 대졸 1년 차와 생산직 5년 차의 임금수준을 비교할 때 명목임금은 대졸 초임이 많지만 수당 등을 포함한 실질임금은 생산직이 많아 오히려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도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지난해 생산라인에 배치된 기능직의 경우 성과급을 포함해 평균 총 급여가 3833만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LG화학 사업장에 드리우고 있는 노-사간 정면대결의 암운은 양측간의 현격한 시각차를 배경에 깔고 있다. 그러나 LG화학의 파업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는 것은 노사간의 단순한 시각차뿐 아니라 양자 사이에 형성된 불신의 씨앗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노조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LG화학이 노사교섭을 전투라 생각하는 듯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승리하겠다며 나서고 있다”고 비난하는 반면 회사측은 “애시당초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데 대해 회사로서는 근본적인 위기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지불능력 밖의 과도한 요구를 하며 이를 회사가 수용하지 않는다고 최후의 저항수단인 파업에 막바로 돌입한 행위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노사간에 걷잡을 수 없는 ‘화학적 분열’의 단계에 서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극적인 타협점을 찾아 기업평화를 가까스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