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 순(전교조충북지부 여성위원장)

요즘 유난히 많은 교사 성추행 사건을 접하며 같은 교사로서 마음이 착잡하다. 교사 성추행 사건을 접할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1993년 교사 5년차였던 나는 동학년 부장 교사가 아이들을 성추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전전긍긍하며 말 한마디 못했다. 그 교사는 지금쯤 퇴직을 했겠지만, 그 사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봤을까를 생각하면 ‘왜 그 때 말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이 가슴을 친다.

지난 97년 초 <한국 여성의 전화>에서 전국 여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실태 조사에서 응답 대상자 5명 중에 한 명은 선생님으로부터 신체적? 언어적인 성적 피해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교사에 의한 성폭력이 공공연하게 혹은 비밀스럽게 이뤄지지만 이에 대한 학생들의 대응은 '바위에 계란치기식'이다. 게다가 성추행을 일삼는 교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지해야할 동료 교사나 학교나 관계 당국의 방관은 학교 내 성추행의 확산을 막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추행, 성폭행 범죄는 한 인간의 삶을 와해시킨다. 나아가 피해자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의 삶도 무너뜨린다. 더구나 인성을 배울 학교에서 벌어질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나다. 하물며 피해 대상이 학생인 경우, 그 피해 정도는 성인과 비교할 수도 없다.

한창 성장할 아이들에게 일생을 두고 심리적인 장애를 가져다주는 것이며, 성추행 교사에게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무기력한 모습과 뻔뻔스런 일부 교사들의 태도 앞에서 성적으로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길들여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내 성추행은 다른 어떤 경우에서보다 엄정한 기준과 잣대가 필요하며, 그에 합당한 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 (전)탄금중 교장의 경우 정직 1개월 징계 후 여전히 교육계에 남아있고, 얼마 전 청주 모 초등학교에서 성추행 혐의가 있는 교사를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사표 처리하여 그 책임을 물을 수 없게 하는 등 학교 내 성폭력 문제 해결에 대한 심각성은 여전하다.

성폭력이 ‘권력’에 기반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성폭력 예방책은 무엇보다 권력을 가진 자가 이를 남용할 수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수반되어야 한다. 교육계 내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세하고도 철저한 지침과 명확한 규정을 가지고 관리자, 교사와 학생 모두 철저히 교육해야한다.

교육자의 성 범죄는 해당 범죄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이후 학교는 물론이고 교육과 관련한 어떤 직종에서도 일할 수 없도록 철저히 재범을 막아야 하며, 지금까지 감추어주고 감싸주었던 성폭력 행위를 낱낱이 조사하고 밝혀내어 수면 위로 드러내야 한다. 또한 미성년인 예비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범죄예방수단’으로서 성범죄자 신상공개도 적극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불신을 받고 있는 교육계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과정이며, 만연한 학교 내 성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는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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