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교육부 기자

이달 초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공동기획취재사업을 통해 태국·베트남 신부의 친정집을 찾았다. 해외취재를 통해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이 어떤 경로를 통해 만나게 되는지, 어떤 조건으로 결혼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국제결혼한 베트남 여성 후인마이가 남편으로부터 얻어맞아 죽은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베트남 현지에서도 국제결혼의 문제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 밖에도 베트남 여성이 자살을 결심하거나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국으로 돌아가는 등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많이 보도됐듯이 가장 큰 문제는 문화적 차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문제의 핵심은 첫 단추를 잘못 꿴 채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국 남성은 1주일의 짧은 여행 동안 아내 될 사람을 만나고 결혼까지 마무리한다. 물론 첫눈에 반해 사랑이 불타오를 수도 있겠지만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사랑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고은영 대표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국제결혼을 ‘인신매매성’이라고 규정했다. 한국에서 신부감을 찾지 못한 남성들이 결혼중개업자에게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하고 외국여성과 결혼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기본적인 정보를 받아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현지에서 처음으로 소개받기도 한다. 상대방도 처음보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결혼을 위해 출국한 남성은 대부분 결혼에 성공한다.

베트남 여성이 집이 어떻게 사는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외국 남성에게 자신의 인생을 거는 이유는 뭘까. 베트남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결혼중개업을 하고 있는 로얄상사 서영진 대표는 “베트남, 태국 등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주요국가에서도 도시에 사는 여성들이 한국남성과 결혼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시골에서 어렵게 사는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찾아간 한 마을은 호치민시에서 6시간동안 자동차와 배, 오토바이를 갈아 타고 가야 하는 오지 마을이었다. 놀랍게도 방문한 마을의 7가구 가운데 5가구가 한국남성에게 딸을 시집 보냈다. 베트남에 있는 이 부부가 한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우리 돈으로 4만원정도다. 돈의 가치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회사원의 수입이 20만원에서 30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 가정은 극빈층에 속한다.

한국행을 결심한 여성의 상당수는 제 한 몸 던져 가족들이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안겨주고자 하는 것이다. 흡사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던진 심청이처럼.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한국에서의 삶은 장밋빛이 아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제결혼한 가정의 80% 정도가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부부가 먹고 살기도 힘든 지경이다. 베트남에 있는 부모님께 용돈이라도 전해드리는 것은 언감생신 꿈도 못 꾼다. 딸이 시집간 지 5년이 됐다는 한 베트남 부부는 딸을 시집보내느라 우리 돈 300만원이 들었다. 부모는 지금껏 그 돈을 갚아가고 있지만 딸에게서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딸을 보고 싶어도 쉽게 볼 수 없는 먼 나라로 시집보내고, 빚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만 부모의 마음은 국적에 관계없다. “괜찮다. 이곳에 있었더라도 어차피 그 정도의 돈은 딸의 결혼을 위해 썼을 것이다. 딸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하는 친정부모를 뒤로 하고 떠나는 마음이 사뭇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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