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철 _ 서원대 역사교육과 3년

서울시가 도시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해치를 선정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해치가 서울의 상징으로 부적합하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또한 지금 우리나라 전역에서는 초고층 빌딩 건설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추진되거나 검토 중인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만 모두 10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도시이미지는 어떻게 해서 생겨나는 것일까. 단순히 상징아이콘을 만들고 높은 빌딩을 높이면 랜드마크타워가 되는 것일까?

▲ 요코하마 아마테 지역의 하교하는 학생들
나는 얼마 전 서원대학교 한국교육자료박물관이 주관하는 해외문화탐방을 다녀왔다. 도쿄와 요코하마를 다녀왔는데, 일본의 대도시에서는 배울 점이 많았다. 상징아이콘은 못 봤어도 도쿄의 이미지는 나에게 각인되었다. 도쿄는 정말 깨끗한 도시였다. 서울과 비슷한 분위기이겠지 하는 나의 예상은 첫날부터 빗나갔다. 도로와 인도는 말끔히 정비되어 있었으며, 담배꽁초하나 보기 힘들었다. 건물의 뒤편이나 골목의 후미진 곳도 마찬가지였다. 쓰레기통은 우리나라 보다 찾기 힘들다.

도쿄에는 녹지도 잘 조성되어있다. 빌딩 숲의 틈새에도 도로 옆의 가로수도, 여러 수종의 나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신궁이나 신사 같은 곳은 말할 것도 없다. 집집마다 공간이 있으면 꽃과 화초를 가꾼다. 밖을 나가든 안에 있든 쉽게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공기도 좋다. 하늘은 파랗고 흰색티를 입고 다녀도 쉽게 때가 타지 않는다.

거리에는 자전거가 넘쳐난다. 자전거 주차시설을 잘해놓아 주차도 정연하게 해놓았다. 자전거 주차시설이 없는 곳이면 사람들의 보행길을 고려해서 거치해 놓는다. 일본의 화장실을 가면 그 청결함에 혀를 내두른다.

화장실은 냄새나는 곳이라고 의례 생각하기 마련인데, 일본화장실은 ‘더러운 공간’이 아닌 ‘위생적인 공간’이었다. 바닥에는 물기를 찾아볼 수 없고 불결한 냄새는 맡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화장실 관광화를 한다며 많은 자금을 붓고 있다. 화장실 문에 전자식으로 ‘사용중’이라는 표시가 나오고, 방향제가 자동으로 나온다고 해서 화장실을 잘 유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화장실이라면 첫째로 위생적 이어야한다. 그렇게 거대한 도시에서 아직도 수돗물을 그냥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청결함에 있어서는 흠잡을 때가 없어보였다. 자유분방하고 번잡한 신주쿠같은 곳에서도 거리의 청결함은 유지되고 있었다.

또한 일본사람들은 친절하고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이 몸에 배어있다. 나와 같은 관광객의 어설픈 영어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인다. 길을 걷다가 앞에 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좌측통행을 한다. 보행자는 보행자대로 자전거 타는 사람은 자전거 타는 사람대로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이고, 속을 알 수 없다고들 애기하며 그들의 국민성을 비하하면서 한국인은 비합리적인 것도 통하고 정이 많다며 스스로를 자위한다. 섬나라 쪽바리라 하기에는 일본인들은 너무 잘해놓고 산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공공의 가치가 지켜지고 있는 나라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에게 일본의 이미지는 많이 달라졌다. 일본국민의 청결함과 친절함은 도쿄, 요코하마의 가치를 높게 끌어올리고 있다. 인천공항에 내리면서부터 평소보다 쓰레기가 더 많이 보여 집에 가는 동안 내내 안타까웠다.

그렇게 무시하던 일본은 너무 잘해놓고 사는데, 왜 사랑하는 우리조국은 이래야만 될까. 이미 너무 만성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개성 없는 주상복합 아파트와 집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항상 보도블럭을 걷어냈다, 덮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제대로 안 돼 있는 모습은 길가에 난 상채기처럼 흉해보였다.

새롭고 크고 주목받는 것을 끊임없이 만드는 것보다 좀 더 작은 세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현재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깨닫고 그 상태를 제대로 지키는 일, 자연친화적이고 미적인 가치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우리 국민들에게, 정국운영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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