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측 거부반응...대학구성원·시민단체 "능력있는 재단" 환영

▲ 박인목 서원학원 이사장

지난달 17일 채권 인수 난항을 이유로 서원학원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던 현대백화점 그룹이 한 달 만에 결정을 번복하고 인수 방침을 공식 선언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로써 재단의 부채해결 능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서원학원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또한 현대백화점이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대기업이 사학 인수가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에 대해 학내 구성원은 물론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원학원 학내분규의 빌미가 됐던 장기부채 해결을 위해 울트라건설을 비롯한 서원학원 채권자들의 채권(174억원 규모)을 82억여원(15억원은 협상 중)에 일괄 인수하는 계약을 채권단과 최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이로써 서원학원 인수를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현대백화점은 또한 “채권인수와는 별도로 강인호 전 이사장의 개인 채무보증을 섰다가 선의의 피해를 본 전 서원학원 교직원들에 대해서도 지역 인사들의 고충을 해결한다는 차원으로 대위변제 금액 12억원을 대신 상환해주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대백화점은 지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단일채권자가 된 현대백화점은 이로써 인수를 위한 다음 단계인 박 이사장과의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현 이사장 측과 인수 협상을 벌일 것이다. 만일 현 이사장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서원학원을 계속 운영할 의사가 있다면 협조할 의사가 있다. 인수한 채권을 인수금액 그대로 넘기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서원학원 재단은 다수 채권자와 협상의 어려움을 부채해결이 미뤄지는 원인이라고 밝혔지만 현대백화점이 단일채권자로 등장함에 따라 부채해결을 미룰 명분이 사라졌다. 한 교수회 관계자는 “이제 박 이사장은 부채를 해결하든지 현대백화점에 넘기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현대백화점의 인수 의사를 접한 재단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 이사장이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이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재단 측 한 관계자는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성원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이행할 능력과 의지를 갖췄다고 판단한다. 현대백화점이 서원학원을 운영하는 상황이 온다면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대기업 학원 인수의 선례들
현대백화점의 계획대로 인수에 성공한다면 구성원이 바라는 대학발전이 이뤄질까. 먼저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얻는 것이 많다.

대기업의 학교법인 출연금은 세액 감면 혜택을 받는다. 특별히 많은 돈을 쓰지 않고도 기업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직접 양성할 수도 있고 구미에 맞는 산학협력 연구활동도 가능하다. 육영사업은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인정받아온 사회 공헌사업이라는 것도 큰 매력이다.

대기업이 대학을 인수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적지 않다. 그 가운데 성균관대, 아주대, 국민대, 중앙대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경기대와 광운대 등은 현재 대기업에 매물을 내놓고 인수 의사를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재단인 봉명그룹의 부도로 위기에 몰렸던 성균관대의 경우 삼성그룹이 96년 인수한 후 SKY대학의 넘버4로 자리매김했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재단전입금이 1092억원으로 국내 대학으론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1946년 해공 신익희 선생이 해방 이후 건국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한 국민대는 59년 쌍용그룹 창업자 김성곤 씨에게 넘어갔다. 아주대도 77년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이 설립한 학교법인 대우학원에 팔렸다. 현대중공업은 울산대와 울산과학대를, LG그룹은 연암공대와 천안 연암대학를 직접 설립한 경우다. 위에서 열거한 대학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그룹의 중앙대 법인인수는 학교 구성원들의 환영에도 불구하고 나쁜 선례로 꼽히고 있다. 두산그룹은 전 이사장이 손을 떼는 대가로 그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비영리 법인(수림재단)에 12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수림재단은 장학 및 연구 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되기는 했지만, 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의 성격상 두산그룹 출연금의 사용처는 전적으로 김 씨에 의해 결정된다. 공교롭게도 출연금 규모도 전 이사장이 학교에 썼다는 1116억원에 94억원을 보탠 수치다. 결국 두산은 이번 거래를 통해 학교법인 변칙매매의 길을 터놓은 것이다.

국가는 학교법인에 대해 영리 목적의 매매를 엄격히 규제하고 학교 재산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수림재단 1200억원 출연은 사실상 '매매거래'로 볼 수밖에 없다.

서원재단의 경우 박인목 이사장의 개인 부동산 등 재산출연 규모가 200억원 선으로 주장하고 있다. 만약 현대백화점그룹과 박 이사장간에 재단인수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결코 대가성 거래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사학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합리적 여론이 형성되야만 한다는 것이 지역교육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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