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가 꽃다발 선사한 떠나는 음성 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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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가 꽃다발 선사한 떠나는 음성 부군수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07.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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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음성군청 공업경제과

“현직에 있을 때보다 떠난 상태에서 칭찬받는 이가 훌륭한 사람인데 그는 떠나고 나서 더 많은 칭찬을 받고 있다.” “박노해 시인의 ‘역사 앞에서’란 시를 보면 처음이 나중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이 처음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를 위해 쓰인 글 같다”

충북도청으로 지난 1일 전출한 박철규(58·지방서기관) 전 음성부군수를 기억하는 공무원들의 말이다. 박 부군수가 지난달 30일 이임사를 하기 위해 음성군청 회의실 단상에 올랐다. 이임식에 참석한 200여명의 직원들은 이임사를 듣기에 앞서 박수를 쳐야만했다. 떠나야하는 이별의 아픔이 목을 밀고 올라와 첫 마디조차 꺼내놓지 못한데 대한 직원들의 배려였다.

박 부군수는 지난해 1월 충북도청에서 음성군으로 부임했다. 음성군에 근무한지 1년 6개월,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지난 행보를 돌이켜 보면 음성군 공무원들의 마음속에 평생을 함께한 가족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했다. 박 부군수는 음성군에 발령받으면서부터 직원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모든 짐을 스스로 챙겼거니와 나이어린 부하직원에게도 깍듯한 존댓말로 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행했던 직원은 “그동안 많은 부단체장을 봤지만 그런 분 처음 봤다”고 회고했다.

지난 4월 음성군 감곡면에 산불진화 헬기 10대가 동원될 정도의 큰 불이 발생했다. 그 당시 박 부군수는 누구보다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산에 오르는 직원들과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챙겼다. 산불진화에 나선 마지막 한명이 산에서 내려올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지휘했다.

박 부군수 부임이후 담당자는 물론 담당과 부서장들은 공문서를 꼼꼼히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 음성군수의 직인이 찍혀 나가는 공문서는 군의 얼굴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부군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문서에 쓰인 문구를 지적하기보다 실무적으로 허술할 수 있는 수치나 내용의 전체적인 틀을 잡아줬다.

음성군청의 한 공무원은 “한번은 사석에서 부군수님을 만났는데 관련사업의 시행날짜와 사업비를 일일이 언급하며 대화한 적이 있었다”며 “담당자도 기억이 가물거리는 업무를 수치하나 안 틀리고 말씀하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박 부군수의 실천하는 양심에 감동을 받은 공무원노조 음성군지부는 2003년 출범이래 처음으로 떠나는 부군수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했다. 김재학 노조 지부장은 “그림자 같은 사람, 왼손이 한 걸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사람,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걸 보여준 사람”이라고 평했다.

지장(智將)을 넘어 덕장(德將)의 면모를 갖춘 박 부군수, 음성군에 재임하는 18개월 동안 성실과 신뢰를 몸소 보여줬다. 아름다운 족적을 남긴 그였기에 음성군민들과 공무원들은 아직도 떠난 그의 뒷자락을 쉽게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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