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옥 화가

한 생애를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 때 보다도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세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희망그리기는 새로운 연결과 연대를 모색하며 우리 삶을 되찾아 가는 일로 모아지고 있다. 그것은 인간적 자존을 되찾아 가는 일이며 기존의 고정된 삶의 형식을 극복하고자하는 선입감을 깨는 일이다. 스스로 소통의 장에 대상화 하고 타자와의 자유로운 연대를 시도하는 노력들의 부분일 것이다.

충북여성미술작가회가 이주여성인권센터를 찾아 미술교실을 진행했다. 마음 그리기 시간에 시집 온지 5년 된 일본여성은 자신을 정수기로 표현했다.

“우리 남편은 절보고 정수기라고 해요, 반드시 꾹 눌러야만 나오는 물처럼 몇 번씩 말을 해줘야 알아듣는다고요…….”

아름다운 풀꽃을 그린 중국여성은 “우리 시어머니와 남편은 나를 산이고 들이고 어디서든 물만 주면 자라는 풀인 줄 알아요…….” 몇 달 넘게 눈빛을 마주하고 얼굴을 대면했지만 마음그리기를 하고서야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언어도 다른데 결혼이민자 들에게 일상이 얼마나 낯설기만 한 것인지, 또한 우리 자신의 선입견을 버리고 결혼이민자 가족이 속한 새로운 삶의 규칙을 보아야 함을 알았다.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살면서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을 때 느끼는 서운함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개인이든 국가든, 공적인 부분까지 취약집단여성의 인권이 보다 침해되기 쉬운 현실은 매우 복잡하며 심각하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이주민 100만여 명이 넘으며 한국인과 가정을 이룬 이주여성의 절반 이상이 최저빈곤층이라고 한다. 또 이주여성의 17.5%가 한국인 가족에 의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등 결혼생활의 위기와 인격 장애 현상 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직업이 있는 이주여성에 대해서도 성차별적 임금과 대우를 받고 성폭력까지 겪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불완전한 다문화 사회에 불행과 우울로 증식되는 가치들보다 온전히 우리 삶을 되찾아 가며 자유를 찾아가는 새로운 연결과 연대가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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