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대 용화온천을 백지화시킨 것은 분명 사건중의 사건이다.  그동안 이 운동에 앞장섰던 도대책위원회의 해단식은 숙연하기까지 했다. 참석자 일부는 밀려 오는 감정을 주체 못해 눈물까지 글썽였다. 문장대온천 문제가 처음 불거진 90년 초 필자는 해당 지역인 괴산에서 주재기자를 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 전후 관계를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다. 

 이곳 온천 문제가 충북에 알려진 과정은 아주 비정상적(?)이다.  온천사업을 추진하는 경북 상주시가 사업계획을 다 세워놓고 하류지역인 괴산군에 공문을 보내 사업추진에 따른 피해여부를 묻는 과정에서 처음 알려진 것이다.  다시 말해 상주군이 괴산군에 의견을 묻기까지는 충북쪽에선 전혀 몰랐던 것이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상주군은 인접군인 괴산군에 예의를 갖추려다가 오히려 덤터기를 썼고 백지화라는 수모까지 당한 것이다.  당시 취재차 상주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는 이렇게 푸념했다.  "문장대 용화온천이 개발되면 인접지역인 괴산군도 혜택을 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대대적 반발로 나타나는 바람에 당혹스럽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괴산군에 연락을 하지 말걸 그랬다... " 충북도와의 경계지점에 이런 대규모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는데도 충북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지방 언론이 즉각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온천개발의 문제점을 따지고 들었지만 처음 행정기관은 소극적인 자세였다.  상대 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사업에 같은 자치단체가 나서는게 도리가 아니라는게 이유였다.  이 때문에 괴산군과 충북도가 온천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한 참 후였다.

  상주시측의 사업강행 의도가 분명해지자 괴산주민들이 현장에 천막과 콘테이너를 설치하고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공교롭게도 이때는 칼바람이 몰아치던 한겨울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주민들은 스스로 바리바리 챙겨 와 서로 격려하며 고통을 함께했다. 어떤 날은 공사를 강행하는 포크레인에까지 올라가 온몸으로 작업을 저지했다.   이들 주민과 함께 충주환경운동연합 박일선씨는 단식농성에 돌입,  살을 에는 추위속에서 그야말로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인 것이다.

 그의 단식투쟁 기간에 당시 주병덕지사가  인근 지역을 방문할 일이 있어 대책위는 주지사의 현장 방문을 강력 요구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주지사는 나타나지 않았고 주민들은 "다름 사람도 아닌 도정을 책임지는 도지사가 이럴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당시 충북도의 변은 상대 자치단체와 대립되는 집단민원 현장에 도지사가 직접 관여하는 것은 모양이 안 좋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많은 도민들을 실망시켰고, 결국 의리있고 투박한 이미지로 강조되던 주병덕씨는 완전히 스타일을 구겼다.

 지금 충북도를 상대로 한 집단민원이 갑자기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 충북도 자체의 내부적인 문제들이다.  때문에 도정 책임자인 이원종지사에게 모든 시선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장기간 계속되는 공무원노조의 도청앞 시위는 정말 도민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가타부타 뭔가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 상황인것만큼은 분명하다. 도지사 등 자치단체장들이 이런 집단민원에 일일이 관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노무현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가 격렬한 찬반논란늘 일으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나설 때는 나서야 한다. 선출직의 역할은 과거 관선시대와는 분명 다르고, 도민들을 정작 일이 벌어졌을 때 책임질줄 아는 용기있는 '리더'를 원한다.

 강현욱전북지사가 새만금사업을 위해 머리까지 깎는 그 자체를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용기가 부러운 것이다.  적어도 열매만 따 먹는다는 질시는 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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