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 ‘반공만화’ 문제점 전국에 알린 박을석 교사

재향군인회가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 학생수만큼 배포를 부탁해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만화책이 있다. 64쪽 분량으로 된 이 책의 제목은 ‘6.25 전쟁 바로 알리기’, 만든 곳은 대한민국재향군인회다.

이 책의 문제점을 전국에 처음으로 알린 사람은 청주 경덕초등학교의 박을석 교사다. 학교에서 윤리부장을 맡고 있는 박 교사는 6월11일 각 학교 윤리부장 또는 학생부장 앞으로 배달된 이 책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학급에 분배했다가 내용을 들춰보고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뤄낸 남북합의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가 하면 ‘을사조약은 국왕이 서명이 들어간 합법조약’, ‘제주도 4.3사건을 북한 인민군이 저지른 사건’으로 간주하는 등 곳곳에서 진실을 왜곡했기 때문이다.

박 교사는 담임교사들에게 서둘러 전자우편을 보내 “재향군인회에서 보내온 자료는 균형 잡힌 시각의 교육 자료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단점을 염두에 두고 평화와 통일을 향한 관점과 현실적인 안보교육을 해야 한다”고 각별히 당부했다.

박 교사는 또 이를 즉시 전교조 본부에 알렸고 기관지 ‘교육희망’에 이 같은 사실이 실리면서 전국적인 화제로 부각됐다. 박 교사는 “통일과 안보교육은 균형이 잡혀야 한다. 특히 중·고생에 비해 비판능력이 떨어지는 초등학생들은 통일지향의 심성을 기르는데 더 비중을 둬야한다. 문제의 책은 역사를 왜곡해 그릇된 안보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충북지부 초등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교사는 “중학교 진학 시 초등학교에서 발급하는 ‘졸업예정증명’의 수수료 300원이 의무교육 원칙에 위배된다”며 문제를 제기해 이를 폐지하는 조례제정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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