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강 / 대성고 2년

지난 6월 7일, 서울잠실경기장에서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SBS가 주최하는 '2008 드림콘서트'가 치러졌다. 매년 가정의 달, 청소년을 위하여 공연 티켓이 무료로 배포되는 데다가 왕성하게 활동 중인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대거 참석한다고 하여 공연 수 주 전부터 팬클럽 등은 공연에 대한 기대와 열기로 들썩였다.

당일, 현장은 예견된 열기로 가득했다.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학생들이 속속 도착하고 경기장에는 5만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경호원은 부족했고, 너무 많은 인파와 무질서 탓에 부상자도 나오고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모인 팬들에게 있어 그것은 고통이나 짜증나는 과정은 아니었다. 흔히 다른 말로 부르기를 '꿈콘', 즉 그들의 '꿈'을 보러 가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 날 공연 중 있었던 '소녀시대 침묵' 사건은 검색어 1위를 기록하며 이슈가 되었다. 이전 '소녀시대' 팬들의 무례한 언행에 분노한 다른 가수의 팬클럽이 연합하여 경고의 의미로 '소녀시대'가 무대 위에 올라오자 환호하거나 노래를 따라부르는 대신 침묵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이후 인터넷 토론장 등을 뜨겁게 달구고 각 팬클럽이 추종하는 그룹의 리더들이 '소녀시대'에게 사과하는 일이나 '소녀시대'의 공개적 사과 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례는 물론 다른 연예인도 그렇겠지만 특히 아이돌 가수는 그 팬과 밀접하게 관계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아이돌의 의미는 '우상'. 즉 대중에 의해 맹목적으로 추종받는 대상이다. 기획자들은 화려한 조명, 카메라 플래시 앞에 잘생긴, 혹은 예쁜 사람을 세워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스트레스 해소의 장을 구하는 소년들은 그 이미지를 우상화하여 소비한다.

더욱이 점점 진화한 팬덤(Fandom) 문화는 그 소비에 그치지 않고 이미지의 재생산까지 그 팬들 스스로가 담당하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를 위하여 생활의 많은 것을 희생하더라도 그의 모습, 그의 목소리를 한 번 접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그들의 숭배행위가 어릴 때의 철없는 열정이라, 이에게 그런 정성을 쏟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느냐며 질타하는 것이 세상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그러나 그들이 아직 어려, 판단력이 미숙해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공연장의 한 팬은 "설령 거짓인 것을 알아도 행복한 상상 속에 '착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그들이 좋다"며 "다들 그렇지 않느냐"고 다른 팬들의 동의를 구했다. 이 때 아이돌 가수라고 해서 팬들을 거느리는 우위의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돌 가수가 자신에게 덮어 씌워진 환상의 이미지를 버릴 때엔,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폭발적인 영향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팬 서비스는 그들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의 방법이다.

팬덤 문화는 발달하는 인터넷 문화와 함께 성장해 이미 청소년 문화의 주된 부분을 이루고 있다. 혹자는 그것이 광기로 흐를 수 있는 가능성 등을 말하며 쉽게 하위 문화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분명히 이미지가 대두되는 현대 대중문화 흐름의 반영이다.

이미 하나의 흐름을 이루어 자정하고 방향을 틀기도 하면서 주류가 되어 가고 있는 팬덤 문화는 그 가치에 대하여 조금 더 고찰해 볼 여지가 남아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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